"11조 횡령 의혹까지" 中 HNA그룹 기업회생까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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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2-0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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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M'기로 전락한 계열사···빼돌린 자금만 11조어치

  • 담보대출 손실 등 눈덩이···中증시 '적자왕' 등극

  • 기업회생절차 '가시밭길' 예상

중국 베이징 HNA 그룹 사옥 전면에 오성홍기가 내걸려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수조원 부채로 시달려 온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이 결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며 기업회생의 길을 찾고 있다. 하지만 100조원이 넘는 부채에다가 최근 그룹내 조직적으로 대규모 자금 횡령까지 이뤄진 사실까지 폭로되는 등 불투명한 기업구조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기업회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TM'기로 전락한 계열사···빼돌린 자금만 11조어치

1일 HNA그룹 산하 계열사 3개 상장회사인 하이항홀딩스(海航控股), 하이항인프라(海航基礎), 궁샤오다지(供銷大集)는 잇달아 자체 보고서를 통해 모그룹(HNA그룹)의 자금 횡령 사실을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HNA그룹이 이들 3개 상장사를 통해 불법 남용한 자금규모 액수만 최소 630억 위안(약 11조원)이었다.

게다가 이사회나 주주들 몰래 상장사 명의로 담보 대출받은 액수도 460억 위안에 달했다.  홍콩 명보는 이들 상장사가 사실상 HNA그룹의 '현금인출기(ATM)'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하이항홀딩스가 최대 피해자다. 빼돌린 자금 내역을 살펴보면, 하이항홀딩스가 모그룹에 단기대출로 제공한 자금 95억6700만 위안, 모그룹이 점유한 대출금 138억7500만 위안, 하이항홀딩스 명의로 담보 대출받았다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소실된 자금 86억7800억 위안, 모그룹이 대신 받아간 미수금 50억8600만 위안 등이다. 게다가 모그룹 직원을 위한 8억2000만 위안어치 재테크 상품 운영을 위한 자금까지 지원했다. 이런 방식으로 모그룹이 하이항홀딩스에서 빼돌린 자금만 380억2600만 위안어치다.

모그룹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이항홀딩스는 자사 이사회나 주주동의를 거치지 않고 HNA그룹이 제멋대로 자사 명의로 모두 263억7600만 위안어치 담보 대출까지 받았다고 폭로했다.

하이항홀딩스를 비롯한 상장사 3곳은 현재 HNA그룹과 소통해 이 문제를 해결 중에 있다며 만약 해결하지 못하면 법원에서 기업회생을 승인하지 않아 결국엔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담보대출 손실 등 눈덩이···中증시 '적자왕' 등극

같은 날 하이항홀딩스는 지난해 적자액이 최대 650억 위안(약 11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실적 경고'도 냈다. 이는 중국 증시 상장사 역대 사상 최대 적자액이다. 2019년 옌후구펀의 468억 위안 적자 기록을 깬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지난해 코로나19로 항공업계 피해가 커지면서 적자가 불어난 게 아니다. 지난해 영업활동에 의한 적자는 165억 위안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모그룹과 관련된 담보대출 손실, 지분투자 및 미수금 등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이로 인한 하이항홀딩스 자산 감가상각액만 460억 위안에 달했다. 

HNA그룹의 대규모 자금 횡령 사실이 공개되며 1일 중국증시에서 HNA그룹 계열사 상장사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하이항홀딩스, 하이항과기, 궁샤오다지는 장중 10% 폭락하며 하한가를 쳤다. 대다수 HNA그룹 계열사들의 신용 평가등급도 '강등'됐다.  

◆ 기업회생절차 '가시밭길' 예상

로이터는 HNA그룹 부채 규모가 워낙 막대한 데다가 이같은 불투명한 기업구조 문제로 사실상 기업회생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 홍콩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를 통해 "현재 HNA는 혼란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 것같다"고 말했다. 신용디폴트 전문 싱크탱크 DE인스티튜트도 "HNA그룹 신용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며 "구조조정으로 예상되는 결과는 매각, 핵심 자산 분리, 강제 출자전환"이라고 했다.

HNA그룹은 한때 중국 '인수합병(M&A) 포식자'로 불렸다. 1993년 하이난성 지방 항공사로 출발해 2015년부터 공격적인 해외 M&A를 통해 사세를 불려나갔다. 힐튼호텔, 도이체방크 등 은행, 부동산, 호텔, 영화사 등 무려 400억 달러어치의 자산을 사들였다.

하지만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고위층 유착 논란, 과다부채 등 문제가 불거졌다. 2019년 6월 말 기준 부채만 7000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HNA그룹은 잇달아 산하에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며 부채 상환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HNA가 미상환한 역내외 채권과 차관은 각각 275억 달러, 2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HNA 그룹은 채무 이전이나 탕감, 전략적 투자자 유치 등 방면으로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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