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국내 미디어 업계, ESG 바람을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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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입력 2021-0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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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화두가 된 단어는 코로나19다. 무엇보다 삶의 모습과 질(Quality) 모두 변했다. 일상이라는 단어를 쓰기 어려운 시기다. 기업도 역시 많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자 기업들도 맹렬한 기세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자인 ESG를 그 해답으로 제안하고 있다. ESG는 유엔 책임투자 원칙(UN PRI)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ESG를 기준으로 기업의 책임과 투자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이상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그 변화를 기업의 의사결정에 내재화하는 데 그 목적을 갖는다. 기업이 재무적 관점을 넘어 환경보호와 재건, 발전된 노동조건, 투명한 의사결정, 상생협력, 동반성장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 경영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ESG 관련 투자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과 도이체방크는 2014년에 21조 달러 수준이던 ESG 투자자산 규모는 2030년 130조 달러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거대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영국 등 주요 금융 선진국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1조7000억 달러(약 190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중국 역시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30년간 100조 위안(약 1경7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역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재난과 재해가 일상화한 상황에선 환경변화와 인권, 상생 등을 더 이상 철학적 논의로만 치부하기 힘들어졌다. 이제는 각국 정부와, 금융회사, 연기금, 투자자들도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한다고 나서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운용사들, 연기금 등이 앞으로는 ESG 평가점수가 낮은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을 포함, ESG평가가 좋지 않은 기업에 북유럽의 한 연기금이 투자자산을 철수하거나 투자 계획을 취소했다. 국내 역시 2030년까지 모든 상장사가 ESG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방침을 취할 예정이다. 경영에 ESG를 내재화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영역이다.

국내 콘텐츠 업계를 살펴보면, ESG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BP(Best Practice, 모범경영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 계열 일부 콘텐츠 사업자가 ESG에 투자를 늘리는 한편 경영에도 ESG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 계열이 아닌 플랫폼 사업자들은 ESG 개념은커녕 관련 부서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사회공헌이나 윤리경영 방침 등에 ESG를 일부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는 ESG 경영 없이는 미디어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거나 콘텐츠를 수출할 때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ESG나 이와 유사한 사회공헌 활동을 늘려왔다. 국내 미디어 업계도 하루빨리 ESG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SG 전략은 장기적 관점에서 수립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단순히 투자유치나 수출과 같은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닌,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ESG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SG 목적 자체가 모든 이해관계자의 지속가승성에 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미디어 업계에도 ESG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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