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설문조사에 AI적용, 동영상과 이미지로 세밀한 분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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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입력 2021-0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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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시대 변화는 대부분 이미 진행되던 흐름들

  • 미래 예측은 현재 데이터 살피는데서 시작해야

  • 설문조사는 고객과의 대화...빅데이터 시대에도 유효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놨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집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집콕' 문화 확산으로 음식 배달 서비스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면 이전과는 다른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1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와 만난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는 "코로나 시대를 계기로 두드러진 여러 현상들은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는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변화의 흐름에 가속도를 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일상생활부터 기업의 생산활동까지 사회 전반이 디지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은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나왔던 얘기라는 것이다. 코로나는 '오래된 미래'를 앞당긴 도화선일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픈서베이는 18만명의 패널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업이다. 오픈서베이는 코로나 이전부터 IT 분야와 식품, 뷰티 등 다양한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트렌드 리포트를 발행해왔다. 오픈서베이 트렌드 리포트는 줄곧 OTT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견해왔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는 "코로나 이전부터 소비자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꾸준히 증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오픈서베이는 소비자가 집에서 즐겁게 지내기 위해 생활가전에 투자하거나 디지털 콘텐츠 이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다만 동영상 콘텐츠는 오디오 콘텐츠보다 아직 유료 월정액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는 장벽 때문에 이용 비율이 높지는 않았다. 황 대표는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고 ‘집콕’ 문화가 확산하게 되면 OTT도 오디오처럼 유료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오픈서베이가 발간했던 2019년 콘텐츠 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오디오 콘텐츠의 경우 응답자 10명 중 5명이 월정액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반면, 동영상 콘텐츠는 10명 중 9명이 무료로 이용했다. 다만 월정액에 가입한다는 이용자는 전년 대비 20% 증가해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오픈서베이의 예측대로 OTT 서비스는 유료 가입자 증가로 시장도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사진=오픈서베이 제공]

“코로나는 오래된 미래를 앞당긴 것...없던 현상 생긴 것 아냐”

오픈서베이는 트렌드 리포트 발행 이외에도 기업 의뢰를 바탕으로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는 설문조사를 수행한다. 오픈서베이는 18만명의 일반인 패널을 보유하고 있다. 설문조사가 시작되면 패널 18만명에게 "설문조사에 응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전송된다. 해당 메시지를 본 모든 패널이 설문조사에 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패널의 성별과 연령, 지역 등을 고르게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술로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다양한 빅데이터 활용 툴도 손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품을 들여 수천명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황 대표는 "데이터 분석 툴은 소비자들이 어느 활동을 많이 하는지는 알려주지만 왜 하는지는 분석하지 못한다"며 "설문조사는 소비자에게 직접 그 행동을 왜 하는지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설문조사를 소비자 혹은 고객과의 대화에 비유했다. 

일각에선 연령과 성별로 소비자의 취향이나 트렌드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이용자 취향을 예측하는 데에 나이와 성별, 지역 데이터는 '쓰레기'라고 표현한 바 있다. 황 대표는 "동양권 국가 중 한국처럼 발전 속도가 빠른 곳은 세대 별로 공유하는 유사한 사회적 경험이 있어, 연령대에 따른 소비자 경향 분석이 아직 유의미하다"며 "콘텐츠 소비와 달리 생활 패턴은 그 사람이 처한 사회적 위치와 연령, 성별 등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픈서베이는 설문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한 사례로 패널이 자신의 정보를 거짓으로 입력해 활동하는 것을 감지하는 자체 알고리즘을 마련했다. 50대 패널이 귀하고 이들에게 설문조사 참여기회가 많다 보니 종종 나이를 속이고 가입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50대 패널인 척 하고 싶어도 일관되게 모든 질문에서 50대인 다른 패널들과 유사한 답변을 하기는 쉽지 않다. 몇 가지 질문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오픈서베이는 의심패널로 분류한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사진=오픈서베이 제공]

“AI 기반 설문조사로 진화...고객과 기업 간 소통 도울 것”

또한 오픈서베이는 기존 설문조사를 고도화하기 위해 AI기술도 도입했다. 오픈서베이는 의뢰한 설문조사가 완료된 후 꼭 봐야 하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골라 정리해준다. 설문조사 결과를 변수 별로 교차분석한 뒤 자연어처리 기술을 활용해 결과값을 문장으로 정리해주거나, 설문조사 결과를 PPT 파일 형식의 보고서로 자동 생성해주는 기능도 있다.

향후 오픈서베이는 AI 기반 설문조사 서비스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설문조사 패널로부터 수집하는 데이터를 객관식이나 주관식 응답이 아닌 동영상이나 음성, 이미지 파일로 넓히는 것이다. AI는 패널들이 보내 온 파일에서 의미있는 데이터값을 자동 추출해 분석해준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고객이 사용하는 상품과 사용 패턴을 더욱 세밀하게 읽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대표는 "식품회사들은 고객들이 냉장고에 뭘 사다 놓는지를 궁금해한다"며 "패널이 냉장고 안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AI가 자동으로 상품명과 브랜드를 식별해 설문결과로 도출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회사에서는 고객이 실제로 아침과 저녁에 세안하는 동영상을 통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사용하는 클렌징 제품과 개수를 포함해 물 세안을 하는 시간까지 고객의 사용 패턴을 파악해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오픈서베이는 기업들이 오픈서베이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도 자사 웹사이트나 앱에서도 자사 고객 대상 설문조사를 수행하고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개방형 API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고객 대상 설문조사를 앱에서도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며, 고객이 앱 내에서 특정한 행동을 할 경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직접 묻는 것도 가능해진다. 황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사업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는 만큼 고객과의 접점도 디지털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앱과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창구로 설문조사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코로나 이후에는 데이터를 읽는 능력이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곧 닥칠 미래를 예측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현재를 살피면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기업들이 쉽고 편리하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황희영 대표는 어떤 사람?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는 포항공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화학공학 석사학위를 마쳤다. 이후 모니터그룹, 한국피자헛, 맥킨지앤컴퍼니 등을 거쳐 마케팅 전문가가 됐다. 그가 오픈서베이 대표를 맡은 지는 햇수로 6년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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