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비전향장기수 박종린씨 별세…2번의 무기징역, 옥살이만 '3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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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1-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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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란봉사건·붉은별 조직활동 등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

  • 두 차례 무기징역 선고 '쌍무기수'…1993년 병보석 출감

  • 출소 전 교회와 소통 기독교 믿었단 이유로 北송환 제외

  • 대장암 투병 중 병세 악화로 별세…유족은 北에 있는 딸

고(故) 박종린씨가 2018년 연합뉴스와 인터뷰 하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비전향장기수 박종린씨가 26일 새벽 인천의 한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비전향장기수는 사상전향을 거부한 채 장기복역한 인민군 포로나 남파간첩을 뜻한다. 

‘쌍무기수’로 알려진 고인은 지난 2017년 오랜 옥고의 후유증으로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5살 때인 1948년 북한 만경대혁명학원에서 군사훈련을 받다가 한국전쟁 발발 후 인민군에 자원입대했다.

현재의 소령인 소좌까지 진급한 고인은 1959년 연락책을 받아 남파됐다. 당초 먼저 남파된 지하조직원에게 지령을 전달받고 곧바로 북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으나, 알 수 없는 이후로 남한 체류가 길어졌고 남파 6개월 만인 그해 12월 체포됐다.

고인을 따라다닌 ‘쌍무기수’라는 표현은 이승만 정권 당시 민주당 간첩 침투 사건인 이른바 ‘모란봉 사건’ 등으로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두 차례 받은 것에서 비롯됐다.

1959년 12월 29일에 체포된 고인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형무소에 수감됐고, 이듬해인 1960년 10월 28일 ‘모란봉 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961년 2월 18일 대법원의 무기징역 판결을 받은 고인은 대구교도소로 이감됐다.

복역 중이던 고인은 1976년 감옥 안에서 단파 라디오로 북한 방송을 청취하다 적발돼 이른바 ‘붉은 별’ 조직 활동 사건으로 무기징역 선고가 추가돼 ‘쌍무기수’로 광주, 전주, 대전, 대구교도소 등지에서 34년간 복역 생활을 했다.

1993년 12월 24일 병보석으로 출감된 고인은 1994년 7월부터 2000년 9월까지 전남 무안군 용학교회 등에서 거주하고, 무안 해제중학교 매점에서 근무했고 이후 경기도 과천시 소재 소환된 비전향장기수(홍문거, 김은환)가 운영하던 고서적방을 인수 운영했다.

2001년에는 북한과 통일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월간 ‘민족21’ 창간에 참여해 근무하기도 했다. 또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경인연합, 통일광장 등에서 활동하며 ‘6·17 7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평양)’, ‘베이징(北京)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 등에 참가하기도 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수후원회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까지 국내에 90여 명의 비전향장기수가 있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후 발표된 6·15공동선언에 따라 이들 중 63명이 북한으로 송환됐다.

그러나 전향서를 쓴 적 없는 고인은 출소 전 한 교회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기독교를 믿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전향자로 분류됐고, 당시 송환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고임의 유족으로는 남파될 당시 생후 100일이 채 되지 않았던 딸 옥희씨가 있는데,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참가 당시 먼발치에서 딸을 바라만 봤다는 일화가 전해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생후 100일도 안 돼 헤어졌던 고인의 딸은 2000년 당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범민련 남측본부 측은 고인의 부고 소식을 전하며 “한평생 자주통일을 위해 헌신해오신 선생님의 삶을 이어가겠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고인의 빈소는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사랑병원 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8일 오전 6시다.
 

'비전향무기수' 고(故) 박종린씨. [사진=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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