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숨은 경제위기] 한국 경제, 코로나 이전부터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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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1-01-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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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2020년 실질 GDP -1.0%" 속보치 발표

  • 가계·기업 빚 증가… 기업 매출·영업이익은 하락

26일 명동거리에 폐업한 상점들의 모습. 한국은행은 이날 한국의 지난해 실질GDP가 -1.0% 역성장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한국 또한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부채가 증가하고 산업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었던 만큼 '코로나 착시효과'를 제거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GDP는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의 원인은 '코로나19'로 요약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고용 한파와 내수 침체, 기업들의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 코로나19가 지목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하반기 중 코로나가 진정되고 일상의 경제활동이 가능했다면 역성장을 막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가계와 기업 모두에 '비상등'이 켜져 있었다. 가계와 기업의 빚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였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자영업자 비중으로 기업 생태계는 황폐화해지는 과정을 밟고 있었다.

한국 경제를 구성하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빚은 증가했다. 특히 여러 곳에서 빚을 내는 개인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중채무자는 2015년 189만명에서 2019년 258만명으로 36.3% 증가했다. 2020년에는 상반기에만 146만명이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집계돼, 2019년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중채무자의 연체 위험도 커졌다. 2020년 상반기 카드론 회수율은 11.8%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말(26.6%)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카드론은 평균 이자율이 14%에 달하는 고금리다.

또다른 부실의 뇌관은 가계부채다. 한국은 국가의 재정건전성은 타 국가 대비 건전한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개인이 지고 있는 부채가 많은 국가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에서 나간 가계대출은 2019년 대비 100조5000억원 증가한 98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증가하고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늘어나면서 부채 증가에 가속도가 붙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7개국 대비 높은 자영업자 비중도 가계부채 증가에 한몫을 했다. OECD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산업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1%로 OECD 주요 7개국의 자영업자 비율(13.7%) 대비 2배에 달한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데 이들이 개인대출을 받는 경우 가계대출로 잡히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가 부실화해 큰 부도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부도율을 추적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성장은 제한되고 이익은 하락했다. 한은이 공개한 2019년 기업경영분석 조사에 따르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74만개의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8년 매출액 증가율이 4%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1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4.2%로 2014년 기록한 3.9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 단가가 하락했고 휴대전화 판매가 감소하는 영향이 컸다.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한계기업이 5033개로 전년 대비 44.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계기업이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을 의미한다. 즉 기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이자도 못낼 수준인 상태라는 의미다.

한계기업은 정책금융의 지원을 받아 연명하며 노동생산성을 갉아먹는다. 한은의 '한계기업이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생산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실기업이 금융회사의 느슨한 대출 관행, 국가의 정책금융 지원과 높은 폐업 비용 등을 이유로 퇴출되지 않았다"며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하지 않았다면 일반기업의 노동생산성은 평균 1.01% 올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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