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아동학대 대책이 파양?' 논란 부른 文 실언, 사전위탁제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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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1-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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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대통령, 18일 최초 온·오프 신년 기자회견

  • 아동학대 근절 대책 관련 발언으로 여론 뭇매

  • 청와대 즉각 "사전위탁제 제도화 취지" 해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최초의 온·오프라인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정인이 사건'과 관련한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문 대통령이 회견에서 아동학대 근절 대책으로 입양 취소 또는 아동 교환을 제시해 구설수를 맞은 것이다.

이후 아동학대 금지 대책이 파양이냐는 정치권 비판이 줄 잇는 한편 일반 대중도 크게 반발했다.

이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 취지가 사전위탁제 제도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전위탁제가 아이 입장에서 양부모의 입양 자격을 따지는 제도이고, 문 대통령 발언처럼 양부모에게 선택권을 주는 제도가 아닌 만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 "입양 취소 또는 아동 교환"...어떤 맥락에서 나왔나?

문제의 발언은 최근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이 생각하는 근본적 해법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서 비롯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선 정말 요즘 아동학대, 또 그렇게 해서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그런 사건들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제대로 대책들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그런 지적에 대해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우리가 교훈 삼아서 이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며 아동학대 근절 방안을 여럿 제시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입양 가정 점검 대책 등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에 입양하는 부모들이 충분히 입양을 감당할 수 있는지 하는, 그 상황들을 보다 잘 조사하고, 초기에는 여러 차례의 입양가정을 방문함으로써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또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런 발언은 '정인이 사건'이 입양 아동에 대한 양부모의 학대에서 비롯된 사망 사건이라는 것을 감안, 입양 과정에서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② 대통령 발언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정인이 사건'을 아동학대가 아닌 입양 가정의 결함으로 판단했다는 비판이 줄지어 나왔다.

동시에 아동학대를 저지른 양부모가 아닌 피해 아동에게서 아동학대의 원인을 찾고, 그 대책으로 파양 또는 아동 교환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금태섭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인권의식이 의심스럽다"며 "인권 문제가 아니고 입양 제도의 디테일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한 무능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이런 반인권적인 발언이 나왔으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양모인 김미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입양아동이 시장에서 파는 인형도 아니고, 개나 고양이도 아니다. 개와 고양이에게도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일반 시민들도 분노를 참지 못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지난 18일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님께 사과하셔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글에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번 일은 그 사람들이 양부모라기보다는 살인자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지 않느냐"며 "(입양은) 아이를 사고 맘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고 환불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현재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받아 관리자가 게시를 검토 중이다.

③ 청와대, 어떻게 해명했나?

이에 청와대는 즉각 입장을 내고 문 대통령의 발언이 사전위탁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입양 전에 양부모의 동의하에 사전위탁보호제를 활용하고 있다"며 "입양을 바로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 전에 5~6개월간 사전 위탁을 통한 아이와 예비 부모와의 친밀감, 양육 및 새로운 가족 관계 형성 준비 정도를 수시로 지원하고 점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 사전위탁보호에 대한 대통령 언급을 입양특례법상의 파양으로 오해한 보도들이 있는데, 아이를 파양시키자는 것은 전혀 아님을 밝혀드리겠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사전위탁제가 아동의 입장에서 양부모의 입양 자격을 사전에 점검하는 제도인 만큼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지를 거꾸로 얘기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해명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아동 반품'이라는 의식 자체가 없다"며 "아이를 위한 사전위탁보호제도를 설명한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의 발언은) 아동이 아동 입장에서 적합한 가정인지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하는데 맞는지 등을 점검하는 제도(를 설명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강 대변인은 '표현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하나'는 사회자 질문에 "조금 아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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