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절박한 채근…"과거에 집착하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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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01-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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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이후 상황 철저한 대비에 초점

  • "조직문화 혁신 위해서는 CEO부터 바뀌어야" 강조

  • DT·R&D 투자 후 실행…'ESG 경영' 전략적 집중 요구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롯데그룹의 올해 첫 사장단 회의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쓴소리가 연거푸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VCM과 비교하면 올해 신 회장의 발언은 재도약을 위한 채근에 가까웠다는 게 참석자들의 평가다. 지난해 신 회장은 일부 계열사를 찍어 질책하고 "마누라 빼고 다 바꾸고 싶은 심정"이라며 독한 발언을 쏟아냈었다.

14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13일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VCM을 개최했다. '리싱크-리스타트(Rethink-Restart) : 재도약을 위한 준비'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각 계열사 대표와 지주사인 롯데지주 및 4개 사업 부문(BU) 임원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롯데는 본사인 롯데월드타워에서 모여 대면회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했다. 계열사 사옥 세 군데 회의실로 분산해 시행하던 회의를 이번에는 개별 집무실에서 각자 진행하는 '다원생중계' 방식을 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제공]

늘 있어왔던 외부강사 초빙 강연도 없었다. 임병연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소장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망발표를 한 데 이어 이훈기 경영전략혁신실 부사장, 추광식 재무혁신실 전무 등 롯데지주 주요 실장이 업무보고를 했다. 이후에는 롯데지주 공동 대표이사인 이동우 사장과 송용덕 부회장이 지난해 업무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경영환경 분석, 그룹의 대응 전략,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방안, 최고경영자(CEO) 역할 재정립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다.

사장단 회의 마지막 순서로 연단에 오른 신 회장은 작심한 듯 약 30분간 메시지를 쏟아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기대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분위기는 차분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경영성과에 대해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경영지표가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의 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위기 때 혁신하는 기업이 위기 후 성장 폭이 큰 것처럼 올 2분기 이후 팬데믹이 안정화에 들어갔을 때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롯데지주 제공]

변화를 강조하던 신 회장은 "각 사의 본질적인 경쟁력, 핵심가치는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며 다소 발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겐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를 예로 들었다. 신 회장은 "단지 우수한 제품만이 아니라 운동선수에 대한 존경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며 다른 회사가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다"며 "각 회사에 맞는 명확한 비전과 차별적 가치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전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실행력 제고도 꼬집었다. 디지털 전환(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가라는 주문이다. 신 회장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라면서 "투자가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전략에 맞는 실행이 필수"라고 당부했다. 
 

[사진=롯데지주 제공]

조직문화의 변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신 회장은 "기업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며 "아직도 일부 회사들에는 권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대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CEO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전략적 집중을 요구했다. 신 회장은 "ESG 요소는 기업 생존과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사항"이라면서 "규제에 대응하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고, 나아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IMF 외환위기,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도 롯데는 과감한 결단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며 "우리에겐 '위기 극복 DNA'가 분명히 있다"고 격려했다. 그는 "우리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과감히 버리고 CEO부터 달라진 모습으로 사업 혁신을 추진해 달라"며 "저부터 롯데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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