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동결자금 해결하라" 거듭 주장...최종건 방란, '빈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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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1-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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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건 외교차관·정부 대표단, 방란 중

  • 하르라지 하메네이 외교고문 만나 회담

  • 이란 외무장관·중앙은행총재와 회담도

  • 외무장관 "선박 나포, 정부 개입 못 해"

  • 중앙은행총재 "이란 자산동결, 큰 실수"

최종건(가운데 왼쪽) 외교부 1차관이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가운데 오른쪽)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자리프 장관은 이날 최 차관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 출금이 동결된 자국 자금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면서, 이란이 나포한 한국 선박 문제에는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사진=외교부]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정부 대표단이 한국 선박 나포 및 선원 억류의 조속한 해제를 촉구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지만, 큰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선박 나포 문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 내 동결된 자국의 원유수출대금 문제를 지적하며 한국 정부가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란 자산 동결 문제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따른 것인 만큼 정부가 이란 측 요구를 들어주기 쉽지 않아 사태는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1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외교 고문을 맡고 있는 카말 하르라지 외교정책전략위원회 위원장과 만났다.

이란에서 절대적 권위를 가지는 하메네이는 한국 선박을 나포한 혁명수비대를 지휘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 같은 이란 내 정치상황을 고려해 하르라지 위원장 등 최고지도자 측과의 면담도 진행했지만, 한국과 이란 간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르라지 위원장은 최 차관과의 면담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하르라지 위원장은 또 과거 한국과 이란 관계가 좋았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이행하면서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 상당의 이란 자산이 한국 내에 동결됐고, 의약품을 사기 위한 자금도 인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하르라지 위원장은 한국 정부 대표단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이란의 현실과 양국 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더 잘 이해하기를 바란다면서 관계 개선 의지도 시사했고, 최 차관도 "더 일찍 이란을 방문했어야 했다"며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보다 앞서 최 차관과 만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한국 내 동결 자산은 양국 관계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를 제거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자리프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를 고려할 때 양국 관계의 우선순위는 한국 내 동결된 우리 금융 자산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한국 은행의 불법행위가 이란 국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한국의 이미지 훼손이 심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 의회 의원들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법적인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에서 해양오염을 사유로 들며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그러나 선주사 '디엠쉽핑'은 해양오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현재 억류된 한국인 5명 등 선원 20명은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정박 중인 한국케미 선내에 체류 중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란이 한국케미를 나포한 배경으로 한국 내 동결된 이란의 원유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를 지목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2010년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 원유수출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이 2018년 5월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후 대이란 제재를 복원함에 따라 해당 계좌를 통한 한국과 이란 간 거래가 중단됐다. 한국 역시 '세컨더리 보이콧(2차적 제재)' 등을 우려해 제재를 이행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이란 정부는 한국 정부에 계좌 동결 해제를 계속해서 촉구해왔고, 최근에는 이 자금으로 의약품과 의료장비, 코로나19 백신 등을 사게 해달라고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표단이 자리프 장관과 회담하기에 앞서 만난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역시 "(한국이) 이란의 자산을 동결한 것은 큰 실수"라며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란 정부는 선박 나포와 관련해서는 환경 오염 혐의에 대한 조사와 법적 처분이 완료돼야 석방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리프 장관 또한 최 차관과의 면담에서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의 환경 오염으로 나포된 것으로 사법적 규제의 틀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술적 문제"라며 "이란 정부는 당연히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 억류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청하고 있는데 비해 이란 측은 순수하게 기술적 사안이라며 기본적으로 정해진 사법절차를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 차관은 이란 방문 마지막 날인 12일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아 법무부 차관과 만나 억류 선박 해제 문제에 대해 더 논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직 출신으로 이란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즈타바 졸누리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세이에드 모하메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 등 각계 인사들과의 면담도 계획하고 있다.

정부 대표단은 우선 귀국한 후 외교부 본부 채널과 주이란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실무교섭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최 차관은 당초 계획대로 12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로 이동, 한국과 카타르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 후 오는 14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앞서 방란한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 또한 최 차관과 함께 이란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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