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93% 진행한 두산그룹···건전성은 합격점 성장가능성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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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1-0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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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숨가쁘게 진행된 두산그룹 구조조정이 올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두산그룹은 이미 채권단과 약속한 3조원의 자구안 중 93%가량 이행했다. 나머지 7%의 자금 마련은 올해 완수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의 막바지인 두산그룹의 주요 계열사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건전성은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를 매각한 만큼 올해 영업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산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가스·풍력터빈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얼마만큼 빠르게 자리를 잡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두산퓨얼셀 보통주 532만7270주를 처분하는 데 성공했다. 오너 일가는 기존에 보유한 두산퓨얼셀 보유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 증여하고, 나머지를 주식담보대출 상환과 양도세 납부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블록딜을 진행해 왔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이 두산퓨얼셀의 지분을 보유하는 지배구조가 완성됐으며, 그 결과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도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골자인 두산중공업의 자본확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4월 두산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을 받는 대신 두산중공업에 대한 3조원 규모의 자본확충과 두산그룹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 등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이행키로 했다.
 

[사진=두산그룹]
 

이후 ㈜두산 네오플럭스,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지분, 모트롤 사업부문을 매각해 마련한 재원으로 두산중공업에 대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두산중공업은 오너 일가로부터 받은 두산퓨얼셀 지분과 ㈜두산의 유상증자 및 클럽모두CC·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등으로 2조798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성공했다.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은 두산건설 매각도 마무리된다면 나머지 202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도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을 진행한 결과 ㈜두산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됐다. 2019년 말 121.6%에 이르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01.3%로 개선됐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33.4%에서 31.6%로, 순차입금의존도는 30.2%에서 21.3%로 개선됐다.

그 결과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의 장단기신용등급을 등급감시 대상에서 제외하고 'BBB' 등급으로 평정했다. 등급감시 대상으로 지목되기 직전인 지난해 초 BBB+ 등급보다는 한 노치(notch) 떨어진 수준이나, 그래도 구조조정의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이 성공리에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향후 두산그룹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다수의 핵심 계열사를 매각했기에 그룹 전체의 규모가 줄고 캐시카우가 사라진 탓이다.

업계에서는 남은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에 두산그룹의 운명이 달렸다는 평가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풍력터빈발전, 수소연료전지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 가스터빈은 지난해 9월 독자개발에 성공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실증(실험 가동)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풍력터빈도 내년에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가장 중요한 미래 사업 부문이 당장 실적을 올릴 수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두산그룹은 구조조정의 모범생으로 꼽힐 만큼 자구안 이행에 최선을 다했다"며 "그 결과 건전성이 대폭 개선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결국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서의 시장지배력과 수익성이 그룹의 향후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두산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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