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벗는 아스트라제네카?] ②95% 효과 증명?...'임상 실수'는 고질적인 '불신·불통'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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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12-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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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시 승인 앞두고 말 흘리는 CEO "추가 검토 결과 '95%' 예방효과"

  • '불통' 문제 부각..."임상 실수는 연구진의 이탈리아 납품사 불신 탓"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출시 초읽기에 들어간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달 임상시험 결과 발표 당시 크게 잃었던 신뢰도를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백신 개발 과정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던 회사의 '불통' 문제가 결국 '세계 첫 번째 코로나19 백신' 영예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학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AZD1222'.[사진=AFP·연합뉴스]

 
최종 예방 효능 '95%'?...모더나·화이자 백신 넘어서

지난 27일(현지시간)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새롭게 보고한 데이터에서 'AZD1222'는 95%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와 100%의 중증화 보호 효능을 발휘했다"면서 "이미 승인을 받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백신만큼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와의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소리오 CEO는 "연구원들이 2회 접종 방식에서 경쟁사만큼 효과적인 백신을 만드는 '승리의 공식'을 찾아냈다"면서 "향후 '적당한 시점'에 시험 데이터를 발표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최근 영국에서 보고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체 'B.1.1.7'과 관련해서도 "백신의 효능을 유지할 것으로 현재 생각하고 있다"면서 "아직 확신할 순 없기 때문에 향후 추가 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아스트라제네카는 3상 임상시험 분석 결과 AZD1222가 2회 접종에서 평균 70%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체 2만3000명의 참가자 중 2741명이 총 2회 접종 중 최초 접종 과정에서 적정 용량의 절반밖에 투약받지 못했는데, 적정 용량을 투약한 집단(8895명·62%)보다 더 높은 90%의 감염 예방률을 보여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이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한 고위 임원이 이를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도치 않은 우연에서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나오는 일)라고 평가하며 시험 결과의 신뢰성을 크게 잃었다.

이미 영국과 미국 당국으로부터 출시와 접종 승인을 얻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백신은 임상 3상에서 각각 95%와 94.5%의 최종 예방효과를 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추가 임상 결과와 최종 분석 자료는 이르면 28일 영국 의약당국이 긴급 출시 승인을 결정하면서 함께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사진=아스트라제네카]

 
로이터 "임상 실수는 연구진의 이탈리아 제조사 불신 탓"

아스트라제네카의 이와 같은 실수와 관련해 지난 24일 로이터는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학 측이 백신 원료를 납품한 이탈리아 제약사를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로이터는 영국과 독일지사에서 의학계· 정부 관계자, 학술지 논문 등을 토대로 공동 취재한 결과를 특별 보고서로 전했다.

로이터는 백신 납품과 검수 과정에서 백신 내 바이러스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면서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옥스퍼드대가 국제 의학저널 랜셋에 제출한 1100쪽 분량의 중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가 당시 임상에서 절반 분량만을 접종한 백신분은 이탈리아 제약사인 'IRBM·어드벤트'가 공급했다.

지난 5월 IRBM·어드벤트는 해당 백신을 납품하며 일반적으로 코로나19 감염 검사에 활용하는 정량 PCR 또는 qPCR 방식의 유전자 검사 방식을 사용해 품질을 검수했다. 그러나 이를 납품받은 옥스퍼드대 측은 이탈리아 제약사를 불신하면서 자체적으로 '분광광도계'를 활용해 백신의 바이러스 농도를 측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바이러스 물질이 흡수하는 자외선의 양에 따라 바이러스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분광광도계에서 측정 혼란이 일어났다. 일반적으로 백신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유화제의 일종인 '폴리소르베이트80'(P80)이 자외선 측정을 방해했고, 옥스퍼드대의 검수 결과에선 백신 납품분의 바이러스 농도가 2배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IRBM·어드벤트 측은 로이터에 백신 제조 과정과 선적 전까지 백신 내 바이러스 농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응답했으며, 이탈리아 생명공학사 로타팜의 루치오 로바티 CEO는 "연필이나 볼펜 벽돌과 같은 고정된 물체를 측정하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와 같은 측정 과정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매체는 해당 '오류'를 두고 "영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두에 서있다가 출발선부터 꼬이게 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긴급승인 실패 직후 옥스퍼드 대학 측이 영국 의약당국에 접촉해 백신 내 바이러스 농도 측정 방식을 IRBM·어드벤트가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추가 3상 임상을 진행할 수 있을지 여부를 논의했다고 밝혀다.

다만, 로이터는 해당 백신을 납품받았을 당시 옥스퍼드대학이 아스트라제네카에 바이러스 농도 측정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지적받아왔다.

지난 8일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뢰를 잃어 적어도 내년 1월까진 미국에서 백신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NYT는 "FDA 측이 아스트라제네카의 불투명한 의사소통 방식을 문제삼고 있다"면서 "지난 7월과 9월 두 번 3상 시험을 중단했을 당시 대부분의 FDA 고위 관계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영국 의약당국으로부터 연내 백신 출시·접종을 승인받는다고 해도, 미국 FDA의 승인은 적어도 추가 임상시험을 마치는 2~3월 이후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학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AZD1222'.[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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