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바이든행정부, 북미대화의 마중물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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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입력 2020-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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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4년 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그가 기인일까, 아니면 귀인일까 하는 논의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태나 정책에서 기인이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귀인인 측면도 있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위로부터 시작된 평화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바이든에 대해서도 비슷한 질문을 할 수 있다. 바이든은 멋지지만 실속없는 신사일까, 아니면 한반도 평화의 귀인일까? 동맹을 강조하는 바이든은 주한미군분담금 문제를 타결하고 한·미협의에 의해 북핵문제를 풀어가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절차와 규범을 강조하는 신사로서 돌다리를 두드리는 신중함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통상 미국에서 행정부가 출범하면 주요 부처의 인선과 정책검토에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점에서 내년 상반기 한반도 문제가 표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팀의 지명자들은 대부분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정책을 검토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기 때문에 강건너 불구경하듯 뒷짐을 지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내놓을까? 특히 싱가포르 합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싱가포르 합의는 북·미 관계진전, 평화체제 전환, 비핵화, 유해송환의 네 가지 이슈에 대한 기본골격을 제시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네 가지 사항의 로드 맵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과제는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향후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 핵합의 모델을 북핵문제에 적용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블링컨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설리번 등은 이란 핵합의에서 얻은 경험을 북핵문제에 반영하려고 할 것이다.

이란 핵합의는 북핵문제에 대해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단계적 비핵화에 역점을 두는 것이다. 북핵의 고도화 정도를 고려할 때 비핵화가 최종 목표이지만 현실적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 단계적 비핵화를 우선 목표로 설정하면 빅딜과 스몰딜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단계적 비핵화를 추진하더라도 핵무기 및 시설의 신고, 검증 등이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둘째, 이란 핵합의는 제재를 완화하되 이란이 비핵화조치를 위반하면 제재를 다시 실시한다는 스냅백을 적용하였다. 대북제재도 유형별, 단계별로 완화하되 스냅백 조항을 명시하여 북한의 비핵화조치 이행을 촉구할 수 있다.

셋째, 이란 핵합의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참여하는 다자회담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이런 점에서 북핵협상을 위해 북·미회담 대신 6자회담 등 다자회담이 추진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6자회담을 복원하기보다 북·미회담이 위주가 되고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 등이 다층적인 형태로 참여하는 구도가 가능할 수 있다.

한편, 내년 상반기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방지하고 대화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선제적으로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는 마중물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재, 코로나19, 수해의 3중고로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의 물꼬를 틈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간 신뢰의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의 방역, 백신, 치료를 위한 보건의료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대화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다.

내년 초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확인한다는 점과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대북적대시정책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평화무드의 서곡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 카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이든은 재미한인교포들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군 유해송환처럼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적 이슈가 북·미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북·미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물밑접촉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물론 재미교포의 방북은 코로나19가 극복되어야 실행될 수 있지만, 이를 위한 북·미접촉은 북·미대화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미 행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한·미관계와 한반도 문제가 요동쳐 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도전의 의미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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