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천국의 명암] 편리함 이면엔 라이더의 목숨 건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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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12-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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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토바이 타고 인도 질주, 역주행도 불사...시만 안전 위협

  • 배달 건수와 수익 정비례..."시간 내 도착위해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배달의 생명은 속도다. 라이더는 달린 만큼 돈을 번다. 그래서 배달대행기사(라이더)는 오늘도 목숨을 건 주행을 한다.

교통법규 준수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신호 위반은 기본이고,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인도를 내달린다. 역주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도로 위 무법자가 따로 없다.

이 같은 폭탄 주행은 라이더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단속 카메라는 무용지물이다. 자동차와 달리 오토바이는 뒤에만 번호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스마트 국민제보 앱'에 신고하자니 이 또한 쉽지 않다. 번호판이 없는 미등록 오토바이가 많아서다. 번호판이 있어도 흙먼지 등으로 인해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세종시에 사는 이고은씨(34)는 "아이와 인도를 걷는데 오토바이가 스치듯 지나갈 때마다 심장이 바닥에 떨어지는 느낌"이라며 "경찰에 신고해도 알겠다고만 하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라이더들도 할 말이 있다. 어쩔 수 없다는 게 그들의 해명이다.

우선 교통 법규를 일일이 지키면서 수익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라이더의 수입은 배달 건수가 많을수록 일당이 쌓이는 구조다. 이 때문에 라이더는 최대한 여러 건의 배달을 소화하며 정해진 시간 내에 배달하는 데 혈안이다.

라이더에게 도착 예정 시간은 상당한 스트레스다. 배달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적힌 시간 내에 배달되지 않으면 취소를 요구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며 "시간 내에 도착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전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과열된 경쟁이 라이더를 사지로 몬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배달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민간 배달업체뿐 아니라 지자체까지 뛰어들고 있어서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각 업체는 살아남기 위해 더욱 빠른 배달을 내세운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번쩍배달'을, 요기요는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배달이 1시간 안팎이 걸리는 것과 달리 이 두 서비스는 각각 45분, 30분 이내에 배달을 약속한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는 '배달원 1명당 한 집 배달'을 내세웠다. 한 명의 라이더가 이곳저곳을 들르는 다른 앱과 달리 한 번에 한 주문만 처리해 일찍 도착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분류되기 전까지 속도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라이더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관련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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