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日 증시 최대 고래 등극…"매우 기형적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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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12-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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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지도 못하고 쌓아만 둬…연기금 보유 규모 넘어"

일본은행(BOJ)이 결국 일본 증시 최대 지분 보유자로 올라섰다.

NLI 리서치의 이데 싱고 수석시장전략가의 분석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일본 주식시장 내 BOJ의 자산 규모는 약 45조1000억엔(약 46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 전체 시총의 무려 7%에 달하는 규모다. 

BOJ는 지난 2010년부터 상장투자신탁(ETF)을 사들였다. 중앙은행이 직접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일본 금융당국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과 경기하락 방어를 이유로 직접 시장에 뛰어들었다. 

ETF 매입은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일본은행의 주식 매입 목적은 일본공적연금(GPIF)과는 달리 순투자목적이 아니다. 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을 억제함과 동시에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금융정책 수단의 일환이다. 연간 BOJ가 사들인 ETF의 규모는 6조엔 정도였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BOJ는 올해 들어 ETF 매입을 더 확대했다. 지난 3월 BOJ는 12조엔에 달하는 일본 ETF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당초 연간 목표치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후 속도는 다소 느려졌으며, 당초 예상보다는 구매 규모가 줄었다.

그럼에도 2020년 말 BOJ는 일본 주식시장의 최대 '고래'로 등극했다. 세계 최대 연금펀드인 GPIF의 투자 규모도 앞질러버린 것이다. GPIF의 경우 9월말까지 최대 보유분을 기준으로 할 때 11월 기준으로 일본 증시 내 투자금인 44조8000억엔이라고 NLI는 집계했다.

공공 기관 2곳이 일본 증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2개의 고래로 자리잡은 셈이다. 결국 지나치게 비대해진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코쿠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오쿠모토 사쿠시 대표는 "중앙은행과 공공펀드가 이처럼 주식시장을 장악한 것은 기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지난해 경제심사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의 ETF 매입을 두고 시장의 규율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다만, NLI 리서치는 BOJ와 GPIF의 주식 보유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토픽스 지수는 11% 상승했으며, 닛케이 225 주식평균지수도 15% 상승하면서 지난 1994년 이후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BOJ의 보유분의 가치는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노무라증권의 이토 다카시 전략가는 “BOJ는 ETE를 보유하기만 할 뿐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계속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라면서 “반면 GPIF는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 차익 실현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최대 연금펀드인 GPIF는 지난 2014년부터 주식시장의 비중을 늘려왔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NLI 리서치의 이데 전략가는 이처럼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BOJ가 주식을 더 구매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면밀히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미 늘어난 주식 보유분을 어떻게 처리하면 되는가도 문제가 된다. 만기가 되면 상환하는 국채나 회사채와는 달리 ETF에는 만기가 없다. 때문에 잔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매각이 필요하지만, 워낙 현재 비중이 크기 때문에 매각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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