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스포츠 칼럼] 내셔널골프CC서 시작된 대만 골퍼 반정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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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0-11-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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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캘빈 고 아시아 스포츠 칼럼니스트

# 아주경제신문사에서는 매달 아시아 스포츠(골프) 칼럼니스트 캘빈 고의 칼럼을 다룹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반정쭝(左)과 로이 우(右)[사진=캘빈 고]


반정쭝(대만)이 골프채를 집어 든 이후 갈망해 온 것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입구 매그놀리아 레인에 들어서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권을 획득했다. 생애 처음이다. 이에 대해 29세인 반정쭝은 "압도적이었다"며 "5세때부터 이날을 상상했다.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고, 길고 긴 기다림이었다"고 설명했다. 24년 만에 꿈을 이룬 것. 대만 선수로는 2009년 이후 11년 만의 출전이다.

반정쭝은 10언더파 278타로 브룩스 켑카(미국), 욘 람(스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첫 출전에 이룩한 엄청난 쾌거다. 이는 2019년 4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승을 기록한 RBC 헤리티지 우승 이후 첫 톱10 진입이고, 10번의 메이저 대회 출전 중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반전쭝이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는 근원지는 바로 대만에 위치한 내셔널골프CC다. 어린 시절 반정쭝의 어머니(강유메이)는 이곳에서 캐디로 근무했다. 당시 강유메이는 아들인 반정쭝을 골프장에 데려왔다. 그의 인생 첫 골프장 방문인 셈이다. 이후 강유메이는 반정쭝을 데리고 연습용 그린에서 퍼트 연습을 시켰다. 이때부터 반정쭝은 골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새벽 4시 이전에 기상해서 클럽하우스가 문을 열기 전에 9홀을 돌고, 문을 닫은 후에 9홀을 돌았다.

로이 우 내셔널골프CC의 총지배인은 아직도 반정쭝의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는 "반정쭝은 매우 의욕적이고 열심히 일하는 소년이었다"고 설명했다. 작고한 그의 아버지 고(故) 반정호 씨도 아들이 언젠가 세계적인 골퍼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그의 아들에게 "언젠가는 나를 위해 그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故 반정호 씨는 엄격했다. 반정쭝은 그의 아버지에 대해 "아버지는 매우 엄하셨다. 특별한 훈련을 지시하셨다. 육체적이고,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들기 위해 1km의 오르막길을 달리게 했다"고 회상했다. 반정쭝은 아버지를 믿고 따랐다. '언젠가는 이 훈련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반정쭝 내셔널골프CC 클리닉[사진=캘빈 고]


이후 14세가 된 반정쭝은 자국을 대표해 아이젠하워 트로피 세계 아마추어팀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15세에는 IMG 아카데미의 장학금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서 생활했다.

여러 차례 미국 주니어골프협회(AJGA) 대회에서 우승하고 워싱턴 대학교에 입학했다. 2013년 8주간 세계 아마추어 골프 랭킹 1위에 올랐고,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이 팀과 개인 메달을 따는 것에 일조했다.

메이저 대회 첫 출전은 2011년 US오픈에서다. 당시 그는 19세에 아마추어 신분이었다. 4년 뒤인 2015년 같은 대회에서 이번엔 프로골퍼 신분으로 출전했다. 2017년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과 2018년 윈덤 챔피언십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첫 승은 2019년 RBC 헤리티지다. 당시 그는 한 타 차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반정쭝은 "마지막 몇 홀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피곤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중했다. 나 자신과 가족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밀어붙였다.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돌아봤다.

이 우승은 대만 역사상 두 번째 PGA투어 트로피다. 1987년 로스앤젤레스 오픈에서 우승한 첸지충(대만) 이후 32년 만이다.

반정쭝은 대만 골프의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내셔널골프CC에서는 골프 클리닉을 매년 개최한다. 그가 5세에 골프를 처음 시작한 곳에서 말이다. 그는 첸지충과 자신을 이을 새로운 세대의 대만 골퍼를 양성하고 있다.

캘빈 고(Calvin Koh)

- 캘빈은 스포츠 산업에서 10년 이상에 걸쳐 수많은 프로골프 토너먼트와 메이저 대회를 취재한 경험이 있는 노련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사진=캘빈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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