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발언대] “정말 호랑이를 봤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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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박종석 기자
입력 2020-11-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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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군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22일 한 이동진료소에서 검체 체취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석 기자]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중국 전국 시대 때 위나라 방총이 조나라에 볼모로 가는 태자를 모시고 유배 가기 전 혜왕에게 한 말이다.

방총은 유배를 떠나기 전 자신에 대한 참소가 들어올 것을 우려해 혜왕에게 자신을 믿어달라며 “어떤 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왕께서는 믿겠습니까”라며 물었다. 혜왕은 “그 말을 누가 믿나”라고 대답했다.

다시 방총이 “그럼 두 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하면 믿으시겠습니까”라며 묻자 혜왕은 “글쎄”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방총이 “그러면 세 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하자 혜왕은 “믿을 것 같다”라고 한다.

방총과 혜왕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고 그의 걱정대로 참소가 들어왔다. 몇 년 뒤 태자는 귀국했지만 방총은 돌아오지 못했다.

삼인성호는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라는 뜻으로 거짓말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믿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한 가운데 27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이틀 5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강원 화천군도 지난 8월 20일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7번과 8번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화천군재난안전대책본부는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한 방호시스템을 가동하며 주민들을 안정시키고 있다.

주민들 역시 잇따른 확진자 발생에 격려와 응원을 보내면서도 삼인성호에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방총이 혜왕에게 던진 질문은 여러 사람이 이야기했더라도 모함이니 귀담아듣지 말고 자신을 믿어달라는 메시지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핸드폰에서 이와 관련된 문자메시지가 하루에 몇 번씩이나 울린다.

‘화천군청, 화천군 확진자 발생, 발생 경로 및 이동 동선은 역학 조사 중이며 역학 조사 완료 후 홈페이지 공개 예정입니다’
‘화천군청, 화천군 확진자 관련 11월 11일 12시~14시 000에서 식사하신 분은 이동진료소에서 검사 바랍니다’
‘화천군청 화천군 확진자 관련 밀접접촉자 3명 검사 결과 전원 음성임을 알려드립니다’

이 메시지는 여러 사람의 거짓말하고는 다르게 더 많이 알려 줄수록 자신의 안전을 지켜주는 방총과 같은 충신이다.

하지만 최근 화천지역의 잇따른 확진자 발생에 호랑이가 나타났다.

확진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며 돌아다녔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에 호랑이를 봤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 유언비어로 만들어진 가짜 뉴스로 호랑이가 저잣거리에 터를 잡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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