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에도 부는 투자열풍…군 적금 vs 주식투자 고민하는 '병정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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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 기자
입력 2020-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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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불어닥친 '동학개미운동'에 국군 병사들도 동참하고 있다. 최근 군대 내 일과시간 종료 후 일정 시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탄생한 이른바 '병정개미'들은 월급 중 일부를 주식 투자에 쓰면서 동학개미와 함께 또 다른 개인투자자 축을 형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군인적금 vs 주식투자··· 고민 빠진 병정개미

최근 군부대 내에서는 적금과 주식투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병사들이 늘고 있다.

육군 중사 A씨는 "최근 병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월급을 적금에 넣을지 주식투자에 쓸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생활관 내에서도 주식에 투자하는 병사들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고민을 하는 병사들도 많아진 것 같다. 일부는 적금을 깨고 주식에 투자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그동안 병사들의 주요 저축 수단은 '군인적금'으로 불리는 '장병내일준비적금'이었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은 병역 의무 이행자 중 봉급을 받는 인원이 전역 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해주는 상품이다. 가입 대상은 현역병과 상근예비역·의무경찰·사회복무요원 등으로,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우정사업본부 등 14개 금융사마다 적립 기간에 따라 최소 연 2.5%에서 최고 5.2%의 기본 금리를 적용하고 별도 조건 충족 시에는 우대 금리도 제공한다.

이 같은 고민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군인적금을 해지하고 주식에 투자할지, 적금을 유지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의견을 묻는 글을 비롯해 입대 후 월급으로 주식에 투자하려는데 실제로 가능한지 묻는 글 등이 곧잘 올라온다.
 
증시 활황에 스마트폰 사용 허가 '기폭제'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증시 활황과 군부대 내 병사들의 스마트폰 사용 허가, 병사 월급 인상 등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릴 만큼 주식 투자 열풍이 일어났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올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급락한 이후 V자 반등에 성공해 상승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코스피의 경우 개인투자자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미국 대선 불확실성 해소에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연고점을 연일 경신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 전체 군부대 내에서 병사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되면서 주식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전까지는 지난해 4월부터 일부 군부대에서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일과 시간 후인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전체 군부대에서 병사들이 해당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병사들은 국내 주식시장이 마감되는 오후 3시 30분 이후인 저녁 시간에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어 예약주문 기능을 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주식 투자도 가능하다. 올해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주요 증권사마다 국가별로 상이한 개장시간으로 발생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자동 또는 예약 주문 서비스를 내놓자, 병사들도 이를 적극 활용하는 셈이다. 병사들은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오후 10시 30분부터 거래가 가능하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에 미리 예약을 걸어두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병정개미가 탄생한 데는 병사들의 월급 인상도 한몫했다. 국방부와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2016년 병장 월급은 19만7000원이었으나 2018년 40만5700원, 올해 54만900원으로 인상됐다. 정부는 2022년에 월급을 67만6000원으로 올리고 2025년에는 96만3000원으로 현재보다 약 78% 높인다는 계획이다.

A씨는 "과거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인기를 끌었던 당시 지금보다 더 적은 월급이었지만 부모님께 받는 용돈 등을 모아 휴가 또는 외박을 통해 CMA에 가입하는 병사들이 많았다"며 "최근 병사들 사이에서 주식 투자 열풍이 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금융사고 피해 우려도

이처럼 군부대 내에서도 주식 투자 열풍이 불 조짐을 보이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씨는 "n번방 사건을 비롯해 도박 및 음란 유해사이트 접속 등으로 병사들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관리가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주식 투자가 불법도 아닌데다 금지를 강제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닌 만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자칫 군 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병사들의 일과 후 부대 내 스마트폰 사용 시범 운영 기간 중 스마트폰으로 수백만원부터 수억원대에 달하는 스포츠 도박을 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병사들이 스마트폰을 대부분 소셜미디어 등 소통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주식 리딩방'을 통한 불법 투자자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식 투자 열풍으로 주식 리딩방 등을 통한 투자자 피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사회초년생이자 초보 투자자인 병사들이 무턱대고 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대 수익이 높을수록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유념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국방부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군 장병들의 불법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방부와 금감원은 업무협약을 통해 최신 불법 금융 관련 사례를 영상 자료와 홍보물로 공유하고 이를 군 장병들에게 제공해 유사 사고 발생 예방에 힘쓰기로 했다. 또 불법 금융사이트 신고 채널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 6일 열린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최근 사회에서도 금융 관련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장병들에게도 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병정개미 증가에 증권사도 '솔깃'

이처럼 병사들의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자, 은행에 비해 군인 대상 마케팅에 소홀했던 증권사들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중·장기 복무 부사관 및 장교 등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 및 서비스뿐만 아니라 병사 대상 이벤트 및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군인 대상 상품이나 서비스 등에 소홀했다. 그나마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증권사 중 최초로 군인연금 안심통장을 출시했지만 군인연금 수령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이전에는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에 합병되기 전인 2004년 군입대 예정자와 국군장병, 직업군인 등을 대상으로 비과세 적립식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2009년에는 동양종금증권이 CMA를 급여 통장으로 쓸 수 있게 육군 급여이체서비스 제공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사회초년생 등 20대 고객 유입이 늘고 있는 만큼 틈새시장 공략 및 고객 유치 차원에서 군 장병을 위한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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