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유튜브가 멈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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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0-11-1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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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만2000여명이 일하는 국내 최대 IT서비스 기업의 온라인 컨퍼런스를 취재하려고 했다. 시간에 맞춰 이 기업이 자체 제작한 행사 웹페이지에 접속했다. 화면 왼쪽부터 오른쪽 3분의 2 비율 정도까지 너비를 유튜브 영상이 차지하고, 그 오른쪽에 채팅창이 배치된 레이아웃이 눈에 들어왔다. 채팅창엔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이들이 이미 수백 명 들어와 있었다.

오전 10시 5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기업 대표의 개회사가 한창 나오고 있어야 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기업 웹페이지엔 이상이 없어보였다. 영상 오른쪽 채팅창의 참가자들이 일제히 '유튜브'를 외쳤다. 주소창에 유튜브를 입력하고 직접 들어가 봤다. 과연. 유튜브의 웹사이트 로고와 레이아웃, 오른쪽의 영상 목록과 그 썸네일까지는 표시됐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동영상 재생 박스가 검은 바탕에 "오류가 발생했으니 나중에 재시도하라"는 안내가 나타났다.

트위터같은 데서 일반 이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해 보니 유튜브가 먹통이 된 시간은 대략 오전 9시께로 추정됐다. 더 이를 수도 있었다. 외신을 찾았다. 로이터가 뭔가를 썼다. 바이라인이 Reuters Staff라니. 로이터에서 일하는 온라인 이슈팀 직원인가. 영문 기사를 읽어 보니 유튜브는 한국에서만 먹통이 아닌 듯했다. 글로벌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다.

로이터의 기사에는 '다운디텍터(DownDetector)'라는 온라인서비스 관련 사이트 정보가 인용돼 있었다.

다운디텍터에 따르면 유튜브 오류가 시작된 시점은 미국 동부시간(ET)으로 11일 오후 6시53분. 한국시간(KST)으로 12일 오전 8시53분이었다. 유튜브 담당자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는 오전 9시23분에야 첫 공지가 올라왔다. 영어로 된 공지 첫 문장. "만일 당신이 지금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닙니다." 물론 그렇겠지.

어쨌든 사람들은 유튜브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을 구글보다 먼저 알았던 것 같다. 나중에 트위터 계정 대신 '유튜브 도움말' 웹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에는 그나마 문제가 생긴 시간이 표기돼 있었다. 한국시간 기준 12일 오전 9시8분이었다. 이는 다운디텍터 웹사이트에 유튜브 오류가 제보된 시간보다 15분이 늦다.

일단 속보를 썼다. 이어 구글코리아 홍보대행사 직원에게 기초적인 사실을 좀 물으려 했는데, 응답이 없었다.

이후 구글코리아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질문했다. 유튜브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원인이 뭔지, 조치되고 있는지, 구글코리아와 미국의 구글, 누가 서비스를 책임지는지. 담당자는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첫 답변은 10시 55분에 왔다. "유튜브는 해당 이슈에 대해 파악하고 있으며,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 공식 입장이었다.

사실 한국에선 유튜브가 10시40~50분경 정상화됐다. 그래서 첫 회신은 "해결됐다"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유튜브 영상 재생이 나만 안 되는 게 아니라면 대규모 장애가 났을 게다. 언제부터? 원인은? 규모는? 상황은 인지하고 있나? 해결 중인가? 기다리는 것 말고 다른 해결 방법은 없나? 없어 보였다.

멈춘 서비스는 유튜브, 유튜브TV, 유튜브 뮤직, 유튜브 키즈 등이었다. 유료 서비스 사용자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유튜브 담당자의 공식 트위터에 서비스 장애를 해결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한국에서 서비스 정상화가 된 듯한 시간으로부터 30분 정도가 지난 11시 13분, 영어로 올라온 두 번째 공지였다. "돌아왔습니다. 서비스가 중단돼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기기와 유튜브 서비스에서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트)"

구글은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했다'만을 얘기했다. 문제 발생 시간을 밝혔지만 해결 시간과 방법에는 함구했다. 불편을 겪었을 사람들의 규모나 서비스 문제가 발생한 지역 등의 범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운디텍터 서비스에 이 문제를 제보한 사람들의 규모는 28만6000명이었다고 한다. 해결 공지 이후에도 "안 된다"는 사람이 더 나왔다.

이제 문제는 해소됐다. 확인되지 않는 게 많았지만. 나름대로 취재를 해 봤다. 글로벌 서비스 문제였으니 국내 회선, 통신사 인프라 문제는 아니었다. 유튜브 도메인으로 접속하면 브라우저에 웹페이지는 떴으니 구글 데이터센터 서비스 인프라 앞단에 배치되는 웹서버 문제도 아니었다. 영상 송출·저장 시스템 영역 문제였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진상은 알 수 없다.

구글은 이대로 넘어갈 셈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그래도 될까? 아마 그렇다. 2019년 12월 10일 발효된 유튜브 서비스 약관의 '기타 법적 조항' 아래 '보증의 부인'에 포함된 다음 문구가, 구글에게 일종의 '까임방지권'을 부여했다. "YouTube는 … 서비스의 특정 기능이나 서비스의 정확성, 안정성, 가용성, 또는 귀하의 필요를 충족할 능력 … 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이 날이 실은 많은 유튜브 스트리밍 담당자에게 아찔한 순간이 될 수 있었다. 우리 회사의 영상 담당부서 동료에게 물었다. 혹시 그 시간 유튜브 송출 계획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겠느냐고. 당시 즉각적인 대체수단이 없었고, 그걸 갑자기 마련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답했다. 영상을 송출하는 상업적인 이벤트나 사업을 계획했다면 피해를 입었을 것이란 얘기다.

매번 이번만큼은 광범위하게는 아니지만 유튜브는 종종 멈추거나 장애를 일으킨다. 작년 1·3·6·11월경에도 일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국내 최대 IT서비스 기업처럼 당혹스러운 일을 겪은 곳이 꽤 있었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돈을 들여 행사를 준비했는데 '폭망'했을 수 있다. 이런 곳에 대해서도 구글은 그냥 무시할 셈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그래도 될까? 아마 그렇다. 같은 약관 '기타 법적 조항' 아래 '책임의 제한'에 포함된 다음 문구는 구글에게 일종의 '무한한 면책권'을 부여했다.

"법률에서 요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YouTube, 그 계열사, 임원, 이사, 직원 및 대리인은 다음 사항을 원인으로 발생한 이익·수입·사업 기회·영업권·예상된 절감 효과의 상실, 데이터의 손실 또는 손상, 간접적 또는 결과적 손실, 징벌적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음 사항'에는 "4. 서비스의 중단 또는 중지"가 포함돼 있다.

요컨대 유튜브 서비스가 중단, 중지돼 어떤 기업의 잠재적 사업 기회가 없어지거나 이익·투자상의 피해를 입었어도 그게 법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라면 구글은 책임을 안 지겠다는 얘기다. 영상 송출이 생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들께서는 유튜브가 안 되면 뭘 어떻게 할지 면밀히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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