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트럼프 '포시즌스에서 만나요...호텔은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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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11-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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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초상...'PA 포시즌스 종합조경 기자회견 소동'

  • 성인용품 판매점 '판타지 아일랜드' 옆 '델라웨어 밸리 화장장' 건너편

"잔디와 질서, 이 얼마나 무능한 패배자 무리와 어울리는 결말(A Fitting End)인가!"(트위터 반응들)
 

7일 기자회견 소동을 풍자한 '잔디와 질서' 합성사진.[사진=트위터]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기 몇 시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가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화제다.

이날 오전 9시35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오늘 오전 11시 필라델피아주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에서 성대한(BIG)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 측은 자신이 역전당한 필라델피아주의 우편투표 개표가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기에, 이와 관련한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8분 후 트럼프는 해당 트윗을 삭제한 후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이다!"라고 정정한 후, "오늘 오전 11시30분 필라델피아주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에서 성대한(BIG)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마지막으로 공지했다.

그 사이 "이번 선거에서 나는 아주 크게(BY A LOT) 이겼다"고도 주장해 트위터로부터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승리선언'이라는 경고 딱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트럼프의 공지에 사람들은 술렁였다. 유명 호텔 체인인 '포시즌스 호텔'이 아니라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포시즌스 종합조경)이라는 조경 업체 부지는 기자회견 장소로는 흔치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이 온라인 지도로 해당 장소를 검색한 결과, 필라델피아 시내 외곽의 외진 곳에 위치한 작은 가게로 나타났다.

도로 사진까지 확인한 이들은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의 옆 건물에는 '판타지 아일랜드'라는 상호의 성인용품 판매점·성인책방이, 길 건너 편에는 '델라웨어 밸리 화장장'이 위치해 있어 혼란을 가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업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여성이 운영하는 소상공인 업체"라고 소개돼있지만, 운영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이에 일각에서는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려던 트럼프 캠프가 관계자의 실수로 엉뚱한 장소를 예약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쏟아냈다.
 

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에서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변호인단.[사진=AP·연합뉴스]


예고한 시간인 7일 오전 11시30분(우리 시간 8일 새벽 1시30분)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트럼프 캠프의 변호인단은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의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시각 필라델피아주 외곽에 위치한 이곳에는 각 언론사의 기자단과 트럼프 지지자 세력도 몰려왔다. 

다만, 공교롭게도 같은 시각 AP와 CNN, 뉴욕타임스 등은 필라델피아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하고 차기 대통령 당선을 확정했다. 10분 후인 11시40분에는 친 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도 이를 인정했다.

NYT는 기자회견 후 복수의 관계자들을 취재한 후속 보도에서 트럼프 캠프가 당초 해당 장소를 예약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알리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포시즌스'만 듣고 호텔이라 생각해 공지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의 영업관리자인 션 미들턴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당시 성경공부를 하고 있던 미들턴은 트럼프 캠프의 전화를 받고 "성경공부를 그만 해도 됐기 때문에 기분이 꽤 좋았다"면서 "왜 여기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위성사진에서 보면 우리 가게 뒷편에 넓은 주차장도 있고, 95번 주(州)간 고속도로가 가까워서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은 SNS에서 "우리 가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는 요청을 받아 영광"이라며 "어떤 대선후보의 캠프였더라도 우리 가게에서 자랑스럽게 행사를 개최했을 것"이라고 밝힌 후, 기념 티셔츠 구입이 9일 오전부터 웹사이트에서 가능하다고도 홍보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WP가 해당 장소를 기자회견 장소로 섭외한 이유를 묻는 말에 답변을 거부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에 소재한 본인 소유의 골프클럽에서 대선 패배 소식을 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유튜브/나우디스]


이날 소동에 트위터 등 SNS에선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서 격화한 폭력시위를 엄격히 대응하겠다며 했던 구호인 '법과 질서'(Law and Order)를 패러디해 음가가 비슷한 '잔디와 질서'(Lawn and Order)'라고 부르거나, '인류 역사상 가장 우스꽝스러운 사건', '800년 동안 이어질 농담거리', '이곳을 왜 예약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브록 윌버라는 트위터 이용자는 장소 섭외 전화를 받은 미들턴을 가리켜 "한 번도 이런 이벤트를 열어본 적도 없는데 '물론 할 수 있다'라고 답한 사람은 누군지도 몰라도, 미국의 진짜 영웅이자 기회 자본주의의 절정"이라고 평가했다.

애런 루퍼는 트위터에서 이날 사건을 두고 "정말이지 고장난 트럼프 정부를 마무리하는 완벽한 방식"이라고도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패배를 '패배자'라고 조롱하는 광고판.[사진=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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