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주범들 "시킨대로 한 것…실은 판매사들의 OEM 펀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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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11-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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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피해액만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라임 사태' 주범들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법정에서 "라임펀드는 판매사들 요구로 만든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펀드"라고 주장했다. 

OEM이란 주문자가 요구하는 내용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방식을 뜻한다. 판매사가 지시한 대로 운용사인 라임이 펀드를 만들었다는 것으로 자본시장법상 불법이다. 자신들은 곁가지에 불과하며 실제 몸통은 따로 있다는 주장이다.

2일 아주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부사장 측은 "라임 펀드는 신한금융투자의 지시로 만든 OEM펀드"라고 재판에서 지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신한금투에서 시키는대로 했을 뿐...?
이날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 전 부사장 측은 라임의 전 직원 A씨에게 "라임펀드 중 OEM펀드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A씨는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펀드가 투자된 라임 펀드가 신한금투의 지시를 받아 만든 OEM펀드로 안다"라며 "신한금투에서 물건을 가져와서 라임에 '비히클'을 씌워 판매하는 펀드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비히클'이란 금융계 은어로 자신이 원하는 펀드를 만들기 위해 운용사를 '수단(vehicle)'으로 쓴다는 것이다.

같은 재판부에서 지난달 5일 열린 재판에서도 이 전 부사장 측은 "라임이 투자한 IIG펀드가 부실 상태라는 것을 몰랐다"며 "IIG펀드에 투자하는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신한금투의 OEM펀드였다"고 말했다.

이 전 부사장 측은 "신한금투의 임일우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본부장이 IIG펀드에 투자하는 라임 펀드를 만들 때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또 같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한금투 PBS부서 전 직원 A씨는 "펀드를 처음 만들 때 무역펀드 관련 상품을 만든 경험은 신한금투가 가지고 있었다"며 "IIG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 라임에서 만들어지자 상사였던 임 전 PBS본부장이 라임 측에서 기존 상품 판매를 자제시키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이 2018년 3월에 퇴사해 이후 일은 잘 모른다면서도 "(라임이) 펀드를 처음 구성한 2017년 초부터 그해 가을까지는 신한금투가 라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임 전 본부장은 라임펀드 부실을 알고 판매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1심 재판에서 징역 8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받은 상황이다.

대신증권도 OEM펀드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달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라임펀드를 수천억 판매한 장 모 대신증권 센터장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펀드를 구성할 때 장 전 센터장의 요청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이 "장 전 센터장이 고금리 펀드 만들어 줄 수 없느냐. 레버리지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확인 할테니 대신증권에서만 판매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레버리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블라인드 펀드였지만 장 전 센터장에게 라임펀드가 투자하는 회사를 알려주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사장은 "(장 전 센터장이)라임 태티스 펀드의 수익을 실현해 라임 플루토 펀드에 옮겨 달라고 해서 편입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펀드 투자 업체에 손실이 발생하자 펀드 환매 요청 등을 우려해 다른 펀드상품 자금으로 부실화된 채권을 비싼 값에 인수하는 '돌려막기'를 해 회사에 900억원 상당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는다. 라임펀드에 3500억원을 투자한 시행업체 메트로폴리탄그룹 김모 회장에게서 투자 대가로 25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김봉현 "라임펀드는 우리은행 'OEM펀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라임 사태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달 28일 세번째 입장문에서 '라임사태 발생 경위'라며 우리은행의 OEM 펀드 판매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은행에서는 라임펀드 금융상품의 인기에 힘입어서 만기도래 상품을 6개월짜리 초단기 상품을 라임자산운용에 제안하게 되고 이른바 OEM 펀드를 만들게 된다. (1년짜리 상품을 6개월짜리 만기상품으로 만들면 수수료를 두 번 취할 수 있음)"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 간부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상품설계를 했던 라임 실무임원들은 6개월 초단기 상품일 경우 만기시 환매 대응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본인들이(우리은행) 책임지고 재판매하겠다는 구두 승인 아래 진행되었고 실제 라임 사태 당시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판매사들은 OEM펀드에 대해 부인하거나 별다른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 의혹도 대부분 라임 핵심 피의자로 분류된 사람들이 제기했다. 그러나 만약 판매사가 펀드를 자신의 입맛대로 제작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부분 책임은 판매사가 져야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KB증권에 이어 30일에는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을 압수수색하는 등 라임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여전히 진행 중이다.

차상진 변호사(법무법인 차앤권)은 "판매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산운용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판매와 운용을 분리해 놓은 것"이라면서 "만약 OEM펀드로 밝혀진다면 그동안 펀드에 대해 몰랐다고 한 판매사 주장은 힘을 잃게 돼, 책임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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