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돈 꼬마빌딩으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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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0-11-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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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40대 자산가들, 규제 심한 아파트 대신 빌딩 시장으로 눈 돌려

[리얼티코리아 제공]


#최근 30대 부부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36억원대 건물을 매입했다. 이들은 대출을 끼고 5대5의 비율로 빌딩 매입 투자에 나섰다. 최근 주택 규제가 심해지면서 아파트보다는 빌딩에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올해 32살인 1989년생 A씨는 대표적인 아이돌 스타다. 그는 지난 7월 강남구 선정릉에 128억원대 5층짜리 꼬마빌딩을 매입했다. 본인이 거주하는 청담동 빌라를 공동담보로 활용해 대출 105억원을 받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취득세 4.6%를 고려하면 실투자 현금은 24억원 수준이다. 사실상 갭투자를 통해 건물주가 된 셈이다. 

30·40대 자산가가 가세하면서 이른바 '꼬마빌딩' 시장이 최근 활황이다. 2일 컨설팅 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올 3분기 '100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 거래금액은 3조1700억원에 달해 3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2017년도 1분기부터 현재까지 최고치 수준이다.

올 3분기 '200억원 미만' 꼬마빌딩 거래량은 333건이다. 지난 분기의 186건에서 79%가량이 폭증한 수치다. 이 가운데 '50억원 미만' 꼬마빌딩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며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거래량 비중은 전체의 약 48%로, 거래규모는 49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개인 투자자와 법인 투자자의 비율은 개인 76%, 법인 24%로 압도적으로 개인 투자자의 비율이 높았으나 지난 5년 사이 점차적으로 비율이 좁혀지며 약 5:5 비율까지 도달하고 있다.

또한 작년 대비 개인과 법인 투자자 모두 거래량이 증가했다. 개인 투자자는 50억원 미만의 비중이 가장 높고, 법인 투자자의 경우 50억원 미만, 50억~100억원, 100억~200억원 각 구간별 비중이 비슷한 수준다.

특히 이번 분기 개인 거래 가운데 30대는 73건으로 직전 분기 18건과 비교해 4배 넘게 뛰었다. 각각 86건인 40대와 50대의 거래량을 거의 쫓아온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젊은 자산가들이 꼬마빌딩 시장으로 몰리는 데에는 주택 규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이재국 리얼티코리아 팀장은 "유동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젊은 자산가들이 기존에 투자하던 20억, 30억원 아파트 대신 빌딩을 많이 찾는 분위기"라면서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대출이 안 나오다 보니 아직 대출 규제가 없어 여력이 있는 빌딩 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동협 원빌딩 대표는 "아파트 담보로 공동담보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아서 빌딩을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파트 갭 투자랑 똑같다"며 "최근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대출 여유분이 많이 나오는데, 그걸 활용해 빌딩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의 주거상품으로 월세를 받던 수요자들이 정부의 잇따른 주거 시장 정책으로 인해 주택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상업·업무용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보유세)를 대폭 늘리고 두 번에 걸쳐 이뤄진 최저 금리 발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투자 수요는 상업시설과 업무시설로 더욱 집중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앞으로는 빌딩 시장에서도 입지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 대표는 "입지가 좋은 지역은 요즘 대두되는 공실 문제에서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빌딩 시장에서도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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