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좁히는 북·중,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할 '묘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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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0-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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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김정은 집권 후 첫 10월 中 인민지원군 열사능 참배

  • "북·중 혈맹관계 굳건 과시…美 대선 고려 中 우군 확보"

  • "코로나19 극복 이후 북·중 관계 발전 의지도 담긴 듯"

  • 한·중-북·중 관계 활용한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목소리도

북한 조선중앙TV는 중국 인민지원군(중공군)의 6·25 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공군 열사능원을 방문, 참배하는 모습을 22일 방영했다.[사진=조선중앙TV 방송 화면 캡처]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교착국면에 빠졌다. 그해 6월 남북미 판문점 깜짝 회동이 이뤄지고, 같은 해 10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이 이뤄졌지만, 교착상태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에 정부의 남북 협력안은 여전히 책상 서랍 안에 ‘미(未)추진’ 혹은 ‘잠정보류’인 상태로 남아있다.

‘4선 국회의원’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북한의 공무원 피격사건 등으로 인해 상황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공무원 피격사건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남북 대화, 협력 재대 등 대북 유화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무응답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공개연설에서 대남 유화 메시지를 내놓기는 했지만, 공무원 피격사건 공동조사, 군 통신선 복구 등 남측의 제안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북·중 관계는 연일 강조하며 중국과의 친선관계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중 관계를 활용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21일 우의탑에 꽃바구니를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2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중국 인민지원군 조선전선(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앙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에 헌화하고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인민지원군 장병들의 붉은 피는 우리 조국 땅 곳곳에 스며있다”라면서 “그들의 숭고한 넋과 고결한 희생정신을 영원토록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조선해방전쟁 승리 기념일인 ‘전승절(7월 27일)’이 아닌 중국 인민지원군 6·25전쟁 참전 첫 승리를 기념하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돕는다)전쟁 기념일을 맞아 열사능에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3년과 2018년엔 전승절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아 열사능 참배에 나선 바 있다. 올해가 중국 인민지원군 참전 70주년으로 정주년이기는 하지만 집권 이후 첫 참배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최근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당 창건 75주년 계기 축전과 답전을 교환하며 양국 친선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번 참배와 연결된다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로 소강 국면인 북·중 관계의 복원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하는 시점부터 중국과의 관계는 급속히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가 지난 19일 베이징(北京)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전'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아울러 김 위원장이 최근 시 주석의 ‘항미원조’ 강조 행보에 화답하는 활동이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양 교수는 “지난 19일 시진핑의 베이징(北京) 항미원조 전시회 방문에 대한 화답 차원의 방문으로 판단된다”면서 “미국 정권 교체기에 중국과의 연대를 강조함으로써 향후 대미협상에서의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앞서 ‘항미원조전쟁’ 70주년 전시회를 참관하며 “70년 전 평화를 수호하고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역사적 결정을 단호하게 내렸다”면서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왔다는 ‘항미원조전쟁’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으로서는 향후 북미 대화에서도 우군이 많을수록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며 “미국 대선에 누가 되더라도 우리 뒤에는 중국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선 최근 한중 관계 개선과 북·중의 친선 강조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묘수가 될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중국과 한층 더 가까워지려고 할 것이고, 북한 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한국도 중국과의 관계를 앞세워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북한은 줄곧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과 북한 간 문제라고 강조해 왔고, 최근 김 위원장이 정상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북한이 중국의 도움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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