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美법무부 "구글 앱 선탑재 부당하다"...MS처럼 흐지부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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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10-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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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 "구글이 돈으로 스마트폰 제조사 매수했다"...구글은 '정면 반박'

  • 20년 만에 대형 소송전...제재 비껴간 MS, 구글도 피해갈 수 있을까

미국 정부가 구글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에서 반경쟁적인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게 이유다.
 

구글 로고[사진=로이터·연합뉴스]

 
법무부 "구글이 돈으로 스마트폰 제조사 매수했다"...구글은 '정면 반박'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을 인용,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독점'을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인 '크롬(Chrome)'을 스마트폰에 선탑재하는 대가로 휴대폰 제조업체 등에 수십억 달러를 줬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구글 관련 각종 앱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사용자가 별도로 설정하지 않으면 구글이 기본 검색 엔진 기능을 한다. 심지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스마트폰에서는 관련 앱 삭제도 불가능하다. 법무부는 이를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저지른 심각한 불공정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법무부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자사 앱이 설치된 상태에서 스마트폰이 판매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또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사에 수익을 나눠주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어 타사 앱의 설치를 막았다고도 꼬집었다.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실상 스마트폰 제조사를 '매수'했다는 얘기다.

구글의 인터넷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미국에서만 무려 88%에 이른다. 때문에 다른 검색업체들이 구글과 경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줄어들었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법무부는 이날 제출한 소장에서 "구글은 경쟁을 무력화하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좁힐 뿐 아니라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업체들과 특별 합의를 맺거나 문제가 있는 사업 관행에 의존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구글은 광고 수입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렸고 다른 검색 엔진들은 아예 경쟁할 수 없도록 하는 발판을 유지했다는 것.

반면 구글은 정면 반박했다. 구글은 이날 공식 블로그를 통해 "소비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심각한 결함이 있는 소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구글 사용을 강요받거나 대안이 없어서 구글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구글 사용은 소비자들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년 만에 대형 소송전...제재 비껴간 MS, 구글도 피해갈 수 있을까
미국 정부가 정보기술(IT) 기업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낸 건 지난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 이후 처음이다.

당시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는 컴퓨터를 사면 자동으로 깔려 있는 MS의 운영시스템(OS)을 문제 삼았다. MS는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들과 담합해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와 메신저 등 자사 제품들을 기본으로 설치하게 했다. 또 타사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컴퓨터 제조업체에는 불이익을 준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긴 소송 끝에 2000년 4월, 법원은 MS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회사를 2개로 분할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2001년 조지 W 부시 정부가 들어선 뒤 MS는 법무부와 타협하면서 회사 분할을 피했다. 이듬해 법원은 MS에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조치들을 명령하면서 긴 법정 소송은 마무리됐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최종 판결까지는 최소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모건스탠리의 시니어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노왁은 "이번 소송은 몇 개 분기가 아니라 수년이 걸리는 일"이라며 "앞으로 구글이 핵심 제품을 어떻게 바꿀지 재정상황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금으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기전이 예상되는 만큼 전망도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크기에 비해 '김빠진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은 이번 법적 다툼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고, 정보·기술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MS 때와 마찬가지로 소송이 끝난 뒤 사업 방향을 크게 바꿔야 할 정도로 큰 타격은 입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법무부가 핵심 열쇠를 쥐고 있지 않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WSJ은 "법무부가 구글의 불법행위에 대한 확실한 법적 근거가 있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간 IT업체들의 독과점이 심각했다며 반드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전 미주리주 법무장관 출신인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소송은 최근 IT 기업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밝혔다.

구글을 비롯해 'IT 공룡'의 독점 문제는 미국 정부뿐 아니라 의회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현안이다. 지난해 7월 법무부는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대규모 IT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들어갔다.

심지어 최근 하원 법사위 산하 반(反)독점소위가 이들 4개 기업이 시장에서 반(反)경쟁적인 활동을 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관련 연방 법률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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