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주의 지구본色]핼러윈도 비대면으로? 코로나 시대 新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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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20-10-2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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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팬데믹에 세계적 축제 '핼러윈' 골칫거리

  • 美CDC "2m 거리두기, 손 씻기, 가족끼리" 등 권고

  • 'N차 감염 우려' 아일랜드에선 핼러윈 금지 가능성도

지난 7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남성이 핼러윈 소품으로 꾸며진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과자를 안주면 장난칠 거예요)"

매년 10월 말이 되면 영미권 아이들은 자칫 기괴해보일 수 있는 옷차림을 한 채 마을을 돌아 다닌다. 각양각색의 소품과 익살스런 표정의 호박으로 꾸민 집들을 돌면서 위와 같이 말하고는 바구니를 내민다. 사람들은 못 이기는 척 사탕이나 과자를 내준다. 핼러윈(halloween)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언젠가부터는 아시아에서도 낯설지 않은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세계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핼러윈이 올해는 다른 국면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이다. 적극적인 대면 활동이 불가피한 만큼 코로나19 확산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어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거침없는 속도로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록다운(봉쇄 조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일부 국가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가족끼리", "2m 떨어져서"...코로나19 막기 위한 수칙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그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강조해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공용 물품 사용 자제, 손씻기 등의 수칙을 비교적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최근엔 아예 '핼러윈' 항목을 추가했다. 전통적인 핼러윈 방식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핼러윈 관련 활동을 3단계(저위험, 중위험, 고위험)로 나눴다. 저위험 단계는 사실상 가족 단위의 소규모 활동이다. 가족과 함께 호박 장식하기, 핼러윈 의상 콘테스트는 온라인으로 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중위험 단계엔 '제한적 공간에서 개별 포장된 과자를 주고 받기' 항목이 담겼다. 고위험 단계는 다른 사람과 함께 트랙터 타기, 술과 약물로 판단 흐려지게 하기 등이 나열됐다. 말그대로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경고다. 
 

[사진=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캡처 ]


이밖에도 CDC는 △다른 사람과 약 2m 거리두기 △직접적인 접촉 피하기 △간식은 야외에서 나누기 △손 자주 씻기 △손소독제는 알콜 60% 이상인 제품 사용하기 △비동거인과의 접촉 삼가기 등을 강조하고 있다. CNN은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핼러윈은 행사 특성상 각종 사고를 유발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걱정거리가 더 늘었다"며 "CDC 권고에 따라 전통적인 핼러윈 의상 마스크가 아닌 일회용 또는 재사용 가능한 천마스크를 안전하게 착용해야 한다"고 권했다.

아예 코로나19 사태를 겨냥한 핼러윈 상품들도 나오고 있다. 제한적이나마 파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도 다수 공개됐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핼러윈 마스크'를 검색하면 2만 건이 넘는 결과가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용 핼러윈 마스크'도 160여개 검색된다. 핼러윈 특유의 문양을 새기면서도 보건 기능을 갖춘 것이 대부분이다. 

캐나다 주정부도 핼러윈 행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는 토론토, 오타와, 요크 지역 등에 거주하는 경우 핼러윈 행사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핼러윈 행사의 특성상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하프문베이에 있는 한 농장에 핼러윈 데이에 사용할 호박과 소품이 마련돼 있다.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아일랜드는 6주 봉쇄조치...핼러윈 금지령 가능성도

그나마 이 정도 권고는 낫다. 아일랜드에서는 아예 핼러윈 집합 금지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럽에서 가장 먼저 국내 이동의 빗장을 걸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19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방역 단계 중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5단계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 협조 없이 정부 혼자서는 코로나19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간은 21일 자정부터 6주간, 12월 1일까지다. 핼러윈(10월 31일) 기간이 포함돼 있다. 

아일랜드 공영방송인 RTE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봉쇄 조치에 따라 아일랜드 거주자들은 외부인과의 접촉이 사실상 차단된다. 5단계에서는 집 앞이나 정원이라고 해도 다른 가족과의 가족 모임은 꾸릴 수 없다. 야외에서도 단 한 사람과 접촉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최대 6인까지 소규모 모임을 허용하던 3단계와 사교 모임을 허용하지 않은 4단계에 비하면 강력한 조치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우드랜드 힐스의 한 거리에서 핼러윈 의상을 차려 입은 여성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핼러윈 캔디를 건네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또 거주지에서 5㎞ 이내에서만 이동할 수 있고 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결혼식 입장 인원도 최대 25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술집과 식당에서는 포장만 가능하다. 학교와 보육 시설은 조건부 개방하기로 했지만 유례 없는 강력한 봉쇄 조치로 여기저기 불만도 터져나온다. 정부 보조금부터 늘려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다. 

핼러윈은 사실 아일랜드에서 시작됐다는 의견이 많다. 아일랜드인의 조상격인 켈트족은 매년 11월 1일(만성절)을 '겨울의 시작'이자 '새해'라고 생각했다. 켈트족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 속에 있다가 그해의 마지막날 다음 세상으로 간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죽은 자의 영혼이 몸에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만성절 전 날인 10월 31일에 공포스런 복장을 한 채 무리를 지어 마을을 돌아다닌 것이다.

약 100년 전 시작된 핼러윈은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전 세계에 퍼졌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평온을 빌고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었던 켈트족의 전통이 코로나19 N차 감염의 주범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 SNS에선 '혼자 핼러윈 보내는 법', '드라이브 스루로 핼러윈 즐기는 법' 등이 공유되고 있지만 여전히 야외 활동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핼러윈이 코로나19 방역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티볼리 공원에 세워져 있는 핼러윈 장식.[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일랜드 전체 확진자 수는 19일 기준 5만993명으로, 사망자는 1852명에 달한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같은 날 기준 400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늘면서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0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후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보고한 지 약 300일 만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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