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아파트 주민 갑질...법적 제재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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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요 기자
입력 2020-10-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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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아파트 경비원과 관리소장 등이 입주민 갑질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국 각지에서 아파트 입주민 갑질 행태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는 청원글이 잇따르고 있다. 경비원과 관리소장에 대한 폭언과 폭행 등의 입주민 갑질 내용이 주를 이뤘다. 여성 관리소장에 대한 성희롱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사망한 경남 한 아파트 관리소장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1년부터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해온 A씨는 2017년 7월 회사 대표에게 "몸이 힘들어 내일부터 출근이 어렵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이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절당했다. 

유족들은 A씨가 입주민 B씨로부터 약 1년 8개월에 걸쳐 층간 소음 문제로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가 퇴사의사를 밝힌 날에도 1시간 동안 폭언을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재판부는 입주민 B씨가 A씨의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아파트 주민 갑질로 인한 아파트 근로자의 극단적 선택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4월 경기도 부천에서는 60대 여성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주민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여성 관리소장은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입주민 갑질에 시달려왔다는 유족의 주장에 따라 내사를 진행해 폭언 등을 한 주민이 특정되면 정식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지난 5월에는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 심 모씨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던 故최희석 경비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샀다.

심씨는 최씨를 화장실로 끌고 가 10분 넘게 폭행하거나 '사표를 쓸때까지 괴롭히겠다'는 취지의 폭언도 계속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고(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추모모임)은 최씨의 사망이 아파트 경비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산재를 신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6월 심씨를 구속기소 하고 △상해 △특가법상 보복감금 △특가법상 보복상해 △특가법상 보복폭행 △강요미수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심씨의 변호인이 두차례나 연달아 사임하면서 공판기일이 미뤄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이달 30일이다.

지난 2014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도 50대 경비원 이모씨가 입주민의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했다.

이모씨는 평소 입주민의 잔심부름을 할 정도로 비인격적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한 달 뒤 숨졌다. 

당시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사 재해로 인한 산재를 인정받았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업무 중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과 스트레스로 기존의 우울 상태가 악화해 정상적 인식능력을 감소시켜 자해성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입주민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아파트 관리규약에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사항을 적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각 시·도지사는 법 시행령 공포 후 3개월 내 아파트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신고방법, 피해자 보호조치, 해고 등 불이익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준칙을 마련해야 하고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이에 맞춰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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