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뉴스 Q&A] 과기정통부 '샵메일'이 뭔데, 예산낭비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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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0-10-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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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2년부터 보급한 '샵메일'이 미미한 사용량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서비스 9년차를 맞은 시점에 당초 수요예측치의 1%에 불과한 이용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정부는 야심차게 시작했던 샵메일 보급에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전자문서유통 플랫폼을 모바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Q. 샵메일이 무슨 서비스죠?

A. 샵메일은 정부의 '공인전자주소' 체계를 사용하는 온라인 등기우편 서비스의 별명이에요. 사용자에게는 이메일하고 비슷한데, 주소체계나 법적인 효력이 일반 이메일과는 달라요. 일반 이메일 주소체계는 '사용자명@소속(도메인)' 형태를 취하죠? 샵메일의 공인전자주소체계는 '사용자명#소속(조직명)' 형태를 쓰게 했어요. 주소체계뿐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기술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널리 쓰이는 일반 이메일과 호환되지 않았어요.

Q. 온라인 등기우편? 그게 뭔데요?

A. 말 그대로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보내고 받을 수 있는 등기우편이에요. 실물 우편물을 주고받는 기존 등기우편은, 우체국이 접수부터 배달까지의 우편물 취급과정을 전부 기록으로 남겨요. 그래서 우편물 발신자에게 '우편물이 수신자에게 안전하게 전달됐다'고 보증해 줘요. 일반 우편은 이런 기록을 남기지 않고, 따라서 수신자가 전달받았다고 확인해주지 않는 한, 발신자는 수신자가 우편물을 받았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어요.

Q. 수신자에게 물어보면 되지, 등기우편이 왜 필요해요?

A.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분쟁 소지가 있는 내용을 전달하려면 필요해요. 수신자에게 법적인 의무를 준수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병무청의 입영통지서나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세고지서의 내용을 예로 들 수 있어요. 병역의무, 납세의무 대상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국가가 책임을 물을 때 당사자가 "전달을 못 받았다"고 주장해 이를 회피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내용을 등기우편으로 보내면, 법적으로는 '당사자가 수신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근거가 생겨요.

Q. 그럼 국가·공공기관에만 필요한 서비스 아닌가요?

A.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대부분의 고지서와 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보내는 건 맞아요. 그런데 민간 활동을 할 때에도 법적인 분쟁 소지 때문에 중요한 기록이나 문서를 이 방식으로 보내고 있어요. 일반인들끼리 사업이나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소송에 대비하거나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서 송달 방식으로 '내용증명'이 활용되는데요. 크게 보면 이것도 등기우편의 일종이에요.

Q. 그 등기우편을 온라인으로 만든 게 샵메일인가요?

A. 네. 전달하고자하는 내용이 수신자에게 전달되도록 보증해 준다는 점, 법적인 분쟁 소지가 있을 때에 수신자가 내용을 전달받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효력이 인정된다는 점이 같아요.

샵메일과 기존 등기우편에 다른 점도 있어요. 등기우편을 보내고 받는 주소체계는 받을 사람이 거주하고 있거나 소속한 조직의 행정구역으로 돼 있어요. 온라인 등기우편인 샵메일은 앞서 소개한 '공인전자주소' 체계를 쓰고요.

그리고 등기우편 서비스를 운영하는 주체는 우체국인데요. 샵메일을 운영하는 주체는 일반 이메일서비스처럼 정부가 지정한 민간기업이에요.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온라인 등기우편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를 지정해 왔어요.

Q. 샵메일에 대한 예산낭비 비판은 왜 나온 거죠?

A. 서비스 운영은 민간기업이 해왔지만, 사업 기획과 추진 기간동안 1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이 들어갔어요. 2016년 9월 국정감사 때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정부는 샵메일 구축 및 운영 예산으로 오는 2022년까지 389억원을 집행할 예정이었어요. 실제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시스템 구축,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108억원을 썼어요. 이번 국정감사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168억원 이상을 투입했다고 해요. 2015년 중복된 예산을 감안하더라도 200억원 이상의 세금이 샵메일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돼요.

그런데 많은 세금이 들어간 것에 비해 사용량이 너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어요. 정부는 연도별로 '이 서비스가 얼마나 사용될 것이다'라는 수요예측치를 산정해서 예산을 집행해 왔는데, 예측치에 비해 실제 사용량이 형편없이 적었어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샵메일로 유통된 문서는 작년에 183만여건, 이 사용량은 올해 상반기 78만여건인데, 해당 기간 예측치 대비 1.0%, 0.14%밖에 안 돼요. 이나마도 정부가 서비스 첫해(2012년) 갖고 있던 1차 수요예측에 실사용량이 턱없이 못 미치니까 2015년 이후 목표를 확 낮춰 재산출한 2차 수요예측인데도요.

Q. 이용량이 왜 그렇게 적은 거예요?

A.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게 IT업계 중론이에요. 주소 체계를 비롯한 기반기술이 기존 이메일이나 다른 인터넷 기반 통신서비스와 호환되지 않는 독자 규격이라는 점에서 반감을 샀고, 이를 기반한 실제 서비스가 여러모로 불편했어요.

이메일의 경우 서비스 제공자가 누구든, 사용자들은 아웃룩, 썬더버드 등 표준 이메일 규격을 지원하는 여러 프로그램으로 자유롭게 보내고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샵메일은 지정사업자별 웹사이트나 전용 프로그램을 써야만 보내고 받을 수 있었죠. 수년간 스마트폰 보급이 한창이었는데 모바일 기기 환경을 제대로 고려한 서비스조차 제때 안 나왔어요.

샵메일은 등기우편 제도를 본딴 것이어서 보내는 사람이 우선 본인확인을 하도록 했는데, 그걸 위해 '공인인증서'를 써야 했어요. 그러자니 이젠 정부에서도 손절하고 있는 '액티브X' 설치까지 해야 했죠.

사업 전담기관이었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선 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는 명목으로 기관 전자계약시스템을 이용하는 민간 기업들에게 샵메일 사용을 강제하기까지 해서, 큰 반감을 사기도 했고요.

Q. 샵메일은 앞으로 어떻게 되죠?

A. 현 정부는 샵메일 서비스 활성화의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예요. 지난 2017년 8월 관련 정책 발표 당시에도 샵메일이 이용자에게 불편했다는 점, 다른 기술로 샵메일 이상의 보안수준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어요. 2012년 이후 샵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던 '지정사업자' 7곳 중 4곳이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고 이제 3곳(아이앤텍, 더존비즈온, 포스토피아)만 남았어요. 공인인증서처럼 샵메일도 일반인들에게는 잊혀질 것 같아요.

Q. 그럼 온라인 등기우편을 못 쓰게 되나요?

A. 이미 올해 7월부터 카카오페이, 네이버, KT가 공공기관의 각종 고지서와 통지서를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전달하고 있어요. 정부가 2017년 샵메일 사업 실패를 인정하면서 온라인 등기우편 제도를 개편한 결과예요. 기존 샵메일 지정사업자와 네이버, KT, 카카오까지 6개 사업자가 온라인 등기우편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공인전자문서중계자'로 지정돼 있어요. 샵메일이라는 이름 자체는 사라질 수도 있지만, 일반 우편과 다른 법적인 효력을 갖는 '온라인 등기우편'은 오히려 활성화될 전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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