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리 기소유예'로 다시 ​도마에 오른 '선거철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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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종 인턴기자
입력 2020-09-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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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계 "표현의 자유 침해... 공직선거법 개정해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임미리 고려대 교수를 검찰이 기소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불붙고 있다. 대학생 진보연합 등 같은 혐의를 받았던 진보성향 단체·개인들은 구속영장까지 발부했던 검찰이 임 교수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선거와 관련한 표현을 제약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울러 총선전을 뜨겁게 달궜던  공직선거법상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한 논란도 재연되는 양상이다. 
 
임미리와 대진련... 검찰의 처분은 왜 다른가
법조계에 따르면 임 교수의 피고발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임 교수의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기간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투표참여 권유활동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 처분은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주로 위법의 정도가 비교적 가볍다고 여길 때 내려진다.

반면 지난 4·15총선 당시 오세훈 서울 광진을 후보·나경원 서울 동작을 후보 낙선운동을 진행했던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은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대진연 회원 가운데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 가운데 2명이 실제 구속됐다. 이 가운데 1명은 지난 7월 말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나머지 한명은 여전히 구속상태다.

임 교수는 경향신문에 '4·15 총선에서 민주당에게는 표를 주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으로 논란이 됐고, 대진련 회원들은 나경원 후보의 선거 사무실 근처에서 피켓시위를, 오세훈 후보의 유세장 부근에서는 "정치인은 기부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  

행위양상은 다르지만 조용히 자신의 의사만 표현했을 뿐 폭력이나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특별히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검찰의 잣대는 다르게 적용됐다. 
 
언론인·인터넷 언론사 금지 조항 잇달아 위헌 결정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김어준 딴지일보 발행인과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이 정동영·김용민 후보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다. 두 사람은 언론인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 주장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한다. 당시 헌재는 7(위헌) 대 2(합헌)로 해당 내용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금지 조항은 '대통령으로 정하는 언론인'이라고만 규정해 언론인에 어떤 업무, 어느 정도 관여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언론인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지 또는 반대 글을 게시하는 건 가능하지만, 매체(소속된 언론기관)를 통할 순 없다고 했다. 4·15총선을 앞두고 한 일간지에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칼럼을 실은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경향신문 칼럼도 이 부분에 저촉된다. 임 교수 측은 헌법소원을 고려 중이라고 알려졌다. 

인터넷 언론사에 대해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건 위헌이라는 결정도 있다. 인터넷 언론사 A는 저명인사를 통해 블로그를 개설해 블로거로 활동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생산했다.

당시 B씨는 한 정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2014년 12월 18일부터 2016년 1월 29일까지 15회에 걸쳐 본인 명의 칼럼을 게재했다. 문제는 B씨가 2016년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한 지역구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해 2016년 1월 20일 자와 29일 자 칼럼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헌재는 6(위헌) 대 3(합헌)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인터넷 발달과 매스미디어 환경 변화로 선거운동에 새로운 패턴이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보자 명의 칼럼을 게재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에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면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조계 "공직선거법 엉망...표현의 자유 조속히 풀어야"
법조계에서는 임 교수의 사례와 대진련의 사례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도 공정한 처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불공정한 검찰권의 행사보다 공직선거법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시대착오적이고 표현의 자유 측면을 조속히 확대하는 개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공직선거법 자체가 일제 다이쇼 시절 선거법 잔재"라고 밝히며 "어떤 발언도 못하게 묶어둔 엉망인 상태고 전 세계 민주국가 어느 곳도 처벌하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진영을 표방한 만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있었다. 2016년 20대 국회에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선거 시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핵심 요소"라며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어느 국가도 채택하지 않는 후보자비방죄를 폐지하고 허위임을 알면서 공표한 자만 허위사실 공표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에 대해선 대폭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있다.

해당 개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되기는 했지만, 선거철마다 나오는 주제인 만큼 향후에도 주목할 만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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