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즈버그 정국]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트럼프 지시 따라 공화당 "신속한 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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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9-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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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공화당 원내대표 "올해 인준싸움 진행...최소 51명 확보해야"

  • 공화, 3명 이상 이탈시 임명 실패...민주 "법관 13명 증원" 엄포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의 갑작스런 별세로 미국 대선 국면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지체 없이' 후임을 임명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화당 지도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향후 선거 승리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국면인 만큼 민주당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결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치 매코넬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사진=AP·연합뉴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공화당 '트럼프 지령'에 4년 만에 입장 선회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여당인 공화당과 자신이 "대법관을 선출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면서 "우리는 '지체 없이' 의무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대통령이 자신의 후임을 임명해주길 바란다'는 긴즈버그 대법관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별세 하루 만에 후임 인선 의지를 밝힌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에 신임 대법관 임명을 위해 집권 공화당 지도부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상원의회는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 후 청문회 등의 인준 과정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전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한다면 빠르게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맹세한 데 이어,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올해 '인준 싸움'을 진행할 것"이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또 대표적인 친(親) 트럼프 중진 의원이자 인준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사법위원회(법사위)를 이끄는 린지 그레이엄 법사위원장도 19일 트윗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2016년 두 차례나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에 대법관 공석을 메우려 한다고 해도 똑같이 하겠다"고 말하면서 임기 말에 신임 대법관을 지명하려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막아섰던 자신의 말을 뒤집은 것이다.
 
'단 3명'에 걸린 공화당 명운...3명 이상 이탈시 임명 실패
공화당 지도부는 상원 청문회에서 최소 51표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3석과 47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신임 대법관 임명은 상원의 청문회 인준 투표에서 최소 동률인 50대50을 넘어서야 승인할 수 있다.

다만, 최소 2~4표 정도의 공화당 내부 이탈표가 예상돼 트럼프 대통령의 3번째 신임 대법관 임명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까지 수전 콜린스 메인주 상원의원과 리사 머코스키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이 공개적으로 당 방침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앞서 2018년 브렛 캐버노 지명 당시에도 기권표를 던졌던 머코스키 의원은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 전까지 어떤 후보자도 지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캐버노를 지지했던 콜린스 의원은 "이달 초 임명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면서 "향후 대통령이 바뀔 경우 레임덕 의회가 차기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외에도 매체는 밋 롬니 유타주 상원의원과 척 그래슬리 상원 재무위원장(아이오와주), 코리 가드너(콜로라도주), 마샤 맥샐리(애리조나주), 톰 틸리스(노스 캐롤라이나주), 조니 언스트(아이오와주) 상원의원 등이 공화당의 신뢰도 유지를 위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고 봤다.

올해 트럼프 지지를 철회한 대표적인 당 중진인 밋 롬니 의원과 2016년 당시 사법위원장이자 두 차례 이상 올해 인준 청문회을 개최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그래슬리 위원장 등이 향후 정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법관 정원 늘리겠다" 엄포...여론도 "트럼프 임명 반대"
미국 민주당 역시 차기 대법관 문제를 선거 쟁점화하면서 '총력 저지'를 모색하고 있다.

'긴즈버그는 모두를 위한 인권을 추구한 여성'이라고 애도했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미국 정부의 사회 건강보험인 오바마케어(ACA)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다음 대법관은 대선 이후 새 대통령이 선임해야 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소속 상원의원들과 전화를 통해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민주당은 공화당의 이탈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인준 청문회와 투표를 막을 권한이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깊다.

이에 뉴욕타임스(NYT)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은 민주당 일각에서 '11월 선거에서 이길 경우 대법관 정원을 13명으로 증원하겠다'고 엄포할 것을 주장한다고 전했다.

대법관 정원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헌법에 위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진보 성향 대법관이 7명 다수파로 늘어나기에 공화당도 강행 방침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가 새로운 정치 논쟁을 불러오면서 양당의 유권자를 자극해 대선판을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NYT와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과반 이상(각각 53%와 52%)이 '향후 바이든이 후임 대법관 임명하길 원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별세한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후임 문제로 공화당 지지층에 위기감을 불러오며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한편, 19일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대표의 지역구인 미국 켄터키주 곳곳에서는 그를 향해 '미치를 치워버려라(Ditch Mitch!)', '윤리도, 부끄러움도 없다(No Ethics, No Shame)' 등의 피켓을 든 시민들의 항의시위도 열리고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파였던 그가 충실한 심복으로 돌아선 후, 2016년과는 달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신임 대법관의 신속한 임명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시민들이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후임 대법관 인준 강행 방침을 밝힌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대표의 지역구인 미국 켄터키주 루이즈빌에서 시민들이 매코넬 의원에 대한 항의 시위를 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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