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갚기도 어렵다"…대출상환 유예 민원 급증

김형석 기자입력 : 2020-09-15 19:00
은행권 대출 민원 일년새 57% 늘어 내년 3월 만료 시점 부실 도미노 우려
# 쌍문동에서 실내포차를 하는 조모씨는 고민에 빠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님이 끊기면서 대출이자도 갚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씨는 지난해 말 실내포차를 차리기 위해 A은행에서 3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매달 대출 이자로 70만원가량을 내야 하지만 월세에 운영비를 제외하면 이자도 못 낼 지경이다.
 
# 항공 정비사인 김모씨는 휴직 기간이 길어지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올 초 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항공사가 휴직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기본급의 70%만 주는 유급휴가로 버틸 수 있었지만, 지난달부터는 이마저도 무급휴가로 변경되면서 채무조정 신청까지 고민하고 있다.

서민들이 코로나19로 금융부담이 증가하자, 은행권의 대출 관련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원금과 이자 유예가 종료되는 내년 3월 이후 서민들의 연쇄부도 위험이 상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의 금융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빚 부담을 느낀 서민들의 원리금상환 유예 요구가 늘면서 관련 민원이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대출금이 불어나고 있어, 향후 서민들의 연쇄부도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금융민원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민원은 6107건으로 1년 전보다 30.7%(1433건) 늘었다. 은행권 민원 증가는 대출만기 연장을 비롯해 대출상환 유예, 금리인하 요구 등 대출거래 관련 때문이다. 이 기간 은행권의 대출 관련 민원 건수는 2019건으로 작년 동기(1297건) 대비 57% 급증했다. 중소서민 관련 민원도 늘었다. 이 기간 중소서민 민원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7.1% 증가한 9053건을 기록했다.
 
이 같은 민원 증가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코로나19로 자금상황이 어려워진 서민들이 앞다퉈 대출을 받으면서 가계부채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948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11조7000억원이 급증했다. 월별 증가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자영업자들의 금융부담도 현실화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60조92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239조4193억원) 대비 21조5065억원(8.98%) 증가한 규모로, 올해 8개월 만에 작년 1년간 증가액(16조3637억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상환유예가 계속되면 추후 '빚 폭탄'으로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권의 대출 원금과 이자상환 유예가 만료되는 내년 3월 '빚 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원금과 이자상환에 대한 면제가 아닌 유예인 만큼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남은 만기까지 유예된 금액을 상환해야 하는데, 결국 유예 조치가 연장될수록 이자 등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대출 원리금 유예(만기연장·원금상환유예·이자납입유예) 규모는 약 36조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서민들의 자금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 향후 유예기간이 종료돼 만기가 돌아오면 부실이 한꺼번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난구호 후원하기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