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추가제재 D-1] 트럼프, 다음 타깃은 ‘SMIC’, K-파운드리 반사이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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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장은영·류혜경 기자
입력 2020-09-1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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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 SMIC…美 제재시 내년 7나노 개발 차질

  • 中 반도체 굴기 흔들…스마트폰 시장 재편

미국의 화웨이 제재 다음 타깃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SMIC)로 향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이 같은 제재가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반사이익이 될지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SMIC도 제재 가능성↑··· 흔들리는 中 반도체 굴기
지난 5일 CNBC 등 미국 언론은 "미국 정부가 SMIC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리고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반도체 기술이 중국군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SMIC는 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로 화웨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생산해왔다. SMIC는 지난 5월 미국이 화웨이 2차 제재로 대만 TSMC로부터 AP 등 주요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하지만 이번 3차 제재로 SMIC는 화웨이 주문을 받을 수 없는 한편,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블랙리스트 명단에까지 올라갈 위기 상황에 놓였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자족 70%를 목표로 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계획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업계, 미·중 무역전쟁에 ‘촉각’
국내 업계는 미국의 제재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복잡한 셈법 계산을 펼치고 있다. SMIC 제재 조치가 이뤄진다면 국내 파운드리 업계에는 수혜가 예상된다.

SMIC에 주문을 하던 미국 반도체 기업이 삼성전자와 TSMC로 주문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7나노 공정 기술 개발을 하던 SMIC가 차질을 빚으면 삼성전자의 7나노 물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국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까지 SMIC에 주문을 넣었다가 제재를 받을까 하는 우려에 국내 업체를 두드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우시에 팹을 이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DB하이텍 등이 대표적인 수혜업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우시 신규 공장을 올 초 설립해서 연말부터 청주 공장(M8)과 함께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M8에 있는 장비를 순차적으로 우시 공장으로 이전, 2022년 말부터는 우시 공장에서만 파운드리를 양산하게 된다.

DB하이텍은 전력 반도체, 이미지 센서, 지문인식 센서 등 8인치(200mm) 공정에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SMIC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다만 이미 공장이 100% 가동률을 기록 중이라, 추가적인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MIC 제재도 들어갈 것으로 보이며, 국내 DB하이텍이나 삼성전자는 반사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스마트폰·5G 장비 시장 재편 움직임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하면 스마트폰 시장과 5G 장비 시장 역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가 이번 제재를 앞두고 대량의 재고를 확보한 만큼, 재고가 소진되는 내년에 스마트폰 시장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내년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 물량이 6000만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며, 시장점유율도 20%대에서 4.3%로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과 5G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와 경쟁을 벌였던 삼성전자는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특히 반중 정서가 심화된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물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로컬 시장에서는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3사가 화웨이 대체 수요를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

5G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빈자리는 스웨덴 에릭손과 핀란드의 노키아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화웨이의 텃밭인 영국과 유럽시장에서 화웨이 배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이들 업체가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버라이즌에 7조9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따낸 삼성전자도 수혜가 예상된다. 기술력과 보안성 등을 입증받은 삼성전자가 화웨이가 주춤한 사이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신규 고객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화웨이는 전 세계 5G 기지국 시장에서 점유율 35.7%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위는 24.6%인 에릭손, 3위는 15.8%의 노키아다. 삼성전자는 13.2%로 4위다.

◆“美 정권 바뀌어도 기조 유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대통령이 교체되더라도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수출관리규정에 예외 조항이 있지만, 미국 상무부와 국방부 등에서 특별 라이선스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이 기본 방침이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수출 규제·경제 제재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이수미 변호사(법무법인 아놀드&포터)는 지난 10일 무역협회가 주최한 ‘미국 화웨이 최종 제재안 웨비나’에서 “사실상 화웨이 관련 반도체 물품에는 라이선스 발급을 안 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화웨이의 경우 미국 상무부뿐만 아니라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등이 관여하므로 경험상 8개월은 족히 걸리고, 1년이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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