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이 위태롭다⑤] 강승수 한샘 회장 '아픈 손가락' 中 법인…실패 되풀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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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20-09-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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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간 800억원 규모 적자…가구에서 리모델링으로 전략 수정

강승수 한샘 회장. [사진=한샘]

강승수 한샘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중국 산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 현지 상황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고 한국에서의 성공 모델 전략을 그대로 답습한 탓이다.

한샘은 지난 4년간 8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을 기록하면서 주력 산업을 가구에서 리모델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샘의 중국 자회사인 한샘투자유한공사가 현지 투자법인 심천시문동휘예투자합회기업과 맺었던 1억7000만 위안(약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 계약은 모두 해지됐다.

한샘투자유한공사는 지난해 7월 CB 발행계약을 맺고 1차로 5000만 위안 규모의 CB를 발행한 다음, 이달 말까지 1억2000만 위안 규모 CB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차 CB를 조기 상환하며 투자 계약을 해지했다.

한샘투자유한공사는 지난해 매출 232억원, 당기순손실 178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3년간 순손실 683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2분기 7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했다.

중국 시장 진출은 최양하 전 회장 시절부터 한샘의 숙원 사업이었다. 강승수 현 회장 역시 부회장 시절 손수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할 만큼 중국 진출을 주력 사업으로 손꼽았다.

이와 관련 한샘은 2017년 중국 쑤저우에 물류센터와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상하이에 연면적 1만3000㎡(약 400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중국 시장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한샘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촉발된 외교 문제와 가격 설정 등 현지 마케팅 실패로 지난 2017년에는 당기순손실이 364억원에 이르는 등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중국 사업을 재정비하며 항저우에 2개, 우한에 1개 매장 등을 오픈했지만, 코로나19 악재가 겹치며 올해 초 영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강 회장은 2014년 본격적인 중국 진출에 앞서 직접 현지에서 체류하며 중국 시장을 조사하고 전략을 짰을 만큼 중국 시장에 공을 들였다. 이번 중국 사업 실패는 부엌에 국한돼있던 한샘의 사업 영역을 인테리어 전반으로 확대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 강 회장의 업적에 큰 오점을 남긴 셈이 됐다.

이에 한샘은 중국 사업 방향을 전환해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실상 한샘의 중국 사업 전략은 가구에서 리모델링으로 주력이 바뀐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리모델링 '리하우스' 사업이 순항하면서, 한샘의 상반기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5%, 47.5% 증가했다. 국내 성공 경험을 토대로 중국 시장에 재도전하겠다는 각오다.

강승수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앞선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도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반드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강 회장이 밝힌 매출 목표는 20조~30조원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사업 성공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강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리하우스의 세계화 등 글로벌 사업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이와 관련 한샘 관계자는 "중국에서 가구 사업 비중을 줄이고 리하우스 모델을 주력으로 전개할 것"이라며 "최근 국내 시장에서 리하우스가 계속 성과를 낸 만큼, 이를 중국에서도 성공시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에서의 성공 모델을 되풀이하는 전략이 중국 시장에서 통할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중국 현지 업계 관계자는 앞선 한샘의 중국 사업 실패에 대해 "한샘이 중국 시장을 연구했음에도 중국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현지화 작업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한국에서의 성공 모델을 답습한 것이 문제"라며 "한국과 동일한 가격 책정·제품 전략으로 나선 것이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에 외면받은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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