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혼맥]③ 커진 기업, 소박해진 혼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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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20-09-1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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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대까진 정·재계 혼맥 이어져

  • 구광모·연경 자유연애로 결혼

[그래픽=김효곤 기자]

 
[데일리동방] 자산규모 137조원짜리 그룹을 이끄는 ‘LG 4세’ 구광모 회장은 선대와 달리 연애결혼을 했다. 1세 시절 매출 규모 349억원이던 럭키가 세계 주요 기업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 LG에게 혼인은 더 이상 경영이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대 시절 만들어 놓은 탄탄한 인적 그물망으로 명문가 지위에 올라있는 상태였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할아버지 영향 남은 3대 혼사

창업주 구인회 회장은 6남 4녀를 통해 집안을 한국 주류 혈맥의 정점에 올려놓았다. 직계 2세인 고 구자경 명예회장도 아버지처럼 다산을 통해 재계 중심 혼맥도를 이어 그렸다.

LG 3세의 혼사는 관(官) 주도 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 분위기를 반영한다. 4남 2녀 중 장남 구본무 회장은 1972년 미국 애슐랜드대 유학을 마치고 경영에 참여하기 직전 결혼했다. 상대는 김태동 전 보건사회부 장관의 딸 김영식씨다. 충북 괴산의 수재 집안과의 혼인은 명망가와 맺은 혼사 중 하나로 꼽혔다. 김영식 여사는 나중에 LG그룹을 이어 받은 구광모 회장의 결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장녀 구훤미씨 혼맥은 재계로 이어졌는데 할아버지 역할이 컸다. 상대는 1970년 김용관 전 대한보증보험 사장 4남 김화중씨였다. 김용관 전 사장은 전경련 회장을 지낸 김용완 명예회장 넷째 동생이다.

창업주 구인회 회장은 작고 1년 전인 1968년 같은 전경련 회장단으로 가까이 지낸 김용완씨와 술자리에서 “손녀 사윗감을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화중씨를 염두에 두고 혼담을 청한 것이다. 손녀는 할아버지 작고 4달 만인 1970년 4월 결혼했다. 김화중씨는 사돈이나 사위를 아들처럼 대접하는 가풍대로 LG 계열사였던 희성금속 사장을 지냈다.

사위와 장인이 한 회사를 경영하고 감시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졌다. 구자경 회장 2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결혼한 강영혜씨는 LG그룹 계열사인 희성금속 강세원 사장의 딸이다. 구본능 회장은 LG상사로 입사해 LG전자 이사를 거쳐 1988년 희성금속 감사로 옮겼다. 이 때 희성금속 사장이 구본능 회장의 장인인 강세원 사장이었다.

구본능 회장은 88년 희성금속 감사를 시작으로 1992년 희성금속 부회장에 올랐다. 1996년 당시 LG그룹 계열사인 희성금속과 상농기업 등 총 8개사를 바탕으로 희성그룹으로 계열 분리했다.

3남 구본준 LG 고문도 사업가 김광일씨 딸 김은미씨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었다. 아들인 구형모 LG전자 기술전략팀 과장은 현재 ㈜LG 지분 0.6%를 갖고 있다.

구자경 회장 차녀 구미정씨 남편은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이다. 그는 대한펄프 창업주 최화식 회장의 아들이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깨끗한 회사 경영이 어려울 때마다 경영권 인수 등으로 돕곤 했다.

막내 아들 구본식 LT그룹 회장은 조경아씨와 결혼해 1남 2녀를 뒀다. 구본식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함께 희성그룹을 이끌다 2018년 또 다시 계열분리 작업을 거쳐 2019년 LT그룹으로 독립했다.
 

구자경 LG명예회장이 2012년 4월 24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미수(米壽)연에서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구본무 전 LG 회장, 구 회장 부인 김영식씨, 구자경 명예회장, 구 회장 장녀 연경씨, 구 회장 사위 윤관씨, 구본준 LG 고문 딸 연제씨, 뒷줄 왼쪽부터 구 명예회장 3남인 구본준 고문 부인 김은미씨, 구 고문, 구광모 LG 회장, 구 명예회장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능 회장 부인 차경숙씨, 구 명예회장 4남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구 부회장의 부인 조경아씨.
 

◆LG가 아픈 가족사

현재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양자다. 장자 우선주의 전통에 따라 아들이 없던 구본무 회장이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을 입양한 것이다.

그러나 원래부터 구본무 회장에게 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 아들은 1994년 사고로 사망했다. 구본무 회장은 2년 후인 1996년 51세 나이에 자녀를 한명 더 얻는다. 이때 얻은 자녀가 막내 딸 구연수씨다. 이 때문에 구연경씨와 구연수씨는 20살에 가까운 나이차가 있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2018년 5월 향년 7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리고 그의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2019년 12월 향년 94세로 세상을 등졌다. LG그룹을 일으켜 세운 두 사람은 모두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픔을 겪었다.

구광모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회장도 죽음이 갈라놓은 아픔이 있다. 구본능 회장은 구본무 회장이 구연수씨를 얻던 해에 반려자를 잃는다. 이때가 구광모 회장 나이 19세였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구광모 회장은 모친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수학능력고사를 망쳤다고 한다.

구본능 회장은 구광모 회장과 단둘이 지내다 2년 후인 1998년 차경숙씨와 재혼을 한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는 구본능 회장의 외동딸이 된 구연서씨가 태어났다.

구광모 회장은 2004년 12월 구본무 회장 아들로 입적했고, 2006년 9월 LG전자에 입사하며 그룹 승계를 위한 근무를 시작했다.

◆구광모·구연경, 中企 가문과 美서 만나 연애결혼

지난 2018년 구광모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재계에서는 “인화의 LG가 변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사업에서 군살을 빼는 한편 기술 패권을 위한 소송도 마다하지 않아서다.

구광모 회장이 LG의 색깔을 변화시킨 것은 시대가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달라진 시대상이 반영된 곳은 LG그룹 경영보다도 혼맥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멀게는 민주화, 가까이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경유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또한 세계 주요 기업인 LG가 국내 정관계 혼맥에 매달릴 이유도 없다. 그만큼 결혼에 있어서 이른바 ‘정략결혼’이 사라지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미국 뉴욕 유학 시절 사귄 연인과 2009년 결혼했다. 정기현 보락 대표이사의 장녀 정효정씨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창업주 시절부터 재계 중심 혼맥을 이어온 만큼 4세 총수와 중소기업 집안 간 혼사가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엔 대기업과 중소기업 집안 간 격차, 유교적 가풍에 대한 정씨 집안의 부담 등이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랜 기간 두 집안 어른들을 설득해 결혼을 허락 받았다.

특히 구광모 회장의 양어머니 김영식 여사가 조력자로 나서 결혼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기업 총수 부인답지 않은 겸손함으로 존경 받는 김 여사가 골랐다면 믿을 만한 재원이라는 인식이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지난 2006년 5월 결혼한 고 구본무 회장 장녀 구연경씨와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 [사진=LG 제공]
 

2006년 결혼한 구본무 회장 딸 구연경씨도 구광모 회장과 유사한 혼인을 했다. 구연경씨는 미국 유학시절 만난 윤태수 대영알프스리조트 회장 아들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과 혼인했다.

물론 모든 4세가 중소기업인 가문과 결혼한 것은 아니다. 구본무 회장 동생인 구훤미씨 딸 김선혜씨는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이 회장은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 장남이다. 구인회 창업 회장 딸 구자혜씨가 고 이재준 대림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 이재연씨와 결혼한 이후 대림과 대를 이은 혼인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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