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대통령' 트럼프가 '역전'한다?...지지층 결집에 뒤바뀐 대선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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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8-3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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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대 효과에 지지율 격차 10%p→6%p...'정상적인' 트럼프 만들기 성공

  • "트럼프는 여성·인종 차별하지 않아?"...백인·중산층 지지자에겐 먹혔다

오는 11월3일 대선 본선을 앞두고 미국 선거 국면의 흐름이 바뀌었다. 전당대회를 통해 '정상적이고 권위 있는 대통령'으로 이미지 전환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폭이나마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탓이다. 이에 민주당 지지층에선 올해 2016년 대선 패배를 재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 전당대회(24~27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0%p(포인트)에서 6%p로 좁혀졌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공화당 전대 폐막 다음 날인 28일 진행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50%와 44%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이 공화당 전대 전날인 23일 실시했던 조사에서 양측 후보는 각각 52%와 42%의 지지를 얻은 것을 고려했을 때, 공화당 전대의 여파로 트럼프는 상대의 2%p 지지율을 빼앗아 그대로 흡수한 것이다.

아울러 더힐은 모닝컨설트의 조사에서 민주당 전대(17~20일) 당시에는 이와 같은 지지율 반등 효과(컨벤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나는 여성·인종 차별하지 않아?"...트럼프 '정상적인 대통령' 만들기 성공

공화당 전대를 계기로 열성 지지층 결집을 노렸던 트럼프 캠프의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수성하기 위해 코로나19 사태 부실 대응 논란을 피하는 한편,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을 최강의 군사력, 최상의 경제와 고용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4년 극적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 바이든 후보를 극좌파·사회주의 세력에 장악된 나약한 세력으로 폄하하고 세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흑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지지자들에게 '법과 질서'(Law and order)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미국 공화당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출연했던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제작까지 전대 준비에 투입했는데,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화당 전대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상적인 대통령'으로 그려내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그는 지난 27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특유의 돌발 발언을 자제했고, 70분간 프롬프터를 보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내려가며 정해진 원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수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가벼운 입과 트윗이 못마땅할 뿐, 그의 정책에 반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가 점잖은 모습을 보이면 호감도가 올라간다"고 진단했다.

또 공화당은 전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과 여성에 친화적이고,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주장도 반복했다. 전체 12명의 찬조 연설자 중 절반인 6명을 트럼프 가문의 가족으로 채워넣었고, 26일에는 당사자들에게 사전 예고도 없이 5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깜짝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27일 뉴욕타임스(NYT)는 제이미 포니에워직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 정부가 이민자들을 향해 지난 4년간 던져온 모욕과 분노를 잊어버리고 갑자기 트럼프를 오프라 윈프리로 만들 수 있냐"고 꼬집었고, MSNBC 역시 26일 시민권 부여 이벤트와 관련해 "트럼프는 이민자들을 자신을 위한 '크레용 박스'(다양한 인종의 이민자들을 동원한 것을 의미)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백인·중산층' 지지층 결집 효과...경합주 격차도 줄어

이와 같은 공화당 전대의 전략은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과 교외(suburb) 거주 유권자들에게는 실제 효과가 있었다.

앞서 바이든과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54%와 40%였던 중산층을 상징하는 교외 거주 유권자들은 전대 이후 50%와 42%로 변하며 지지율 격차가 6%p나 줄었다.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는 전대 이전 2%p에서 8%p까지 커졌다.(트럼프 51%, 바이든 43%).

이를 높고 CNN의 정치평론가 키스 보이킨은 "28일 트럼프의 후보 수락 연설은 199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팻 뷰캐넌의 악명 높은 연설 이후 가장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인 연설이었다"면서 "트럼프는 급진좌파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 방화범 등이 당신을 잡으러 올 것이라고 겁먹은 백인들에게 경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본선 승리를 판가름할 경합주에서의 지지세 부진도 일부 개선했다. 코로나19 재유행세를 부추긴다는 비난도 무릅쓰고 6대 경합주 위주로 부지런히 유세를 돌아다닌 탓이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이날 플로리다·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 등 6개 경합주에서의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 간 지지율 격차는 공화당 전대 전날인 23일 4%p에서 29일 2.7%p로 좁혀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NBC는 "바이든 후보가 11월3일 본선에서 경합주에서의 부진으로 선거인단 획득에 실패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우위를 점하고도 패배할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다"면서 "이는 정확히 4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를 재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6개 경합주에서의 양자간 지지율 격차.[자료=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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