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접촉 간소화’ 빠진 교류협력법 개정안…남북 교류 촉진 카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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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8-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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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부 '남북 교류협력법 개정안', 10월 6일까지 입법예고

  • 개정안 핵심 대북접촉 신고절차 간소화 여론 지적에 유보

  • "北 이중성 지위 고려 유보 결정…핵심 누락 비판 인정한다"

  • 지자체, 남북 교류사업 주체로 명시…경협 자율·안정성 보장

통일부는 27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교류협력법 개정안 핵심이자 논란의 대상이 됐던 북한 주민 접촉신고 대상 축소 규정은 제외됐다.

애초 통일부는 교류협력법의 원래 취지인 ‘남북 교류협력 촉진’을 목표로 개정안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풀 명확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통일부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교류협력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 빠졌다. 이 때문에 남북 교류협력 촉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일부는 1차 개정안에 남북 교류협력과 동떨어지는 대북 접촉신고 대상 축소와 신고 수리제도 폐지 방안을 담았다. 세부적으로 단순한 북한 주민과의 접촉, 돌발적인 접촉 등 일회성 만남에 대한 신고·수리 의무를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북한 주민과 접촉하려면 정부 당국에 신고하고, 정부는 이를 승인해야 한다. 그러나 해외 북한 식당 등에서 돌발적으로 북한 주민과 접촉하는 경우 사전신고와 승인이 어렵다는 등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평화통일포럼 '광복 75주년, 새로운 한반도 건설을 위한 역할과 과제'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北 이중성 지위’에 무산된 대북 접촉신고 대상 축소

하지만 정부 부처 안팎에 퍼진 북한에 부정적인 인식이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앙꼬없는 찐빵’과 다름없다는 질타도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는 비판을 달게 받겠다”면서 “접촉신고 완화, 수리 제도 폐지를 이뤄야겠다는 소망이 있었으나, 아직 정부 부처 내에서 동의를 끌어내는데 사실상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아쉬움이 있다. 빨리 남북 관계가 발전되고 신고제도가 최초의 취지대로 개정되는 시기가 앞당겨졌으면 좋겠다”라고도 했다. 남북 관계 복원과 북한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 ‘북한 주민 접촉신고 간소화’ 규정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가 하루빨리 오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사업, 취재, 학술 등 연속적이고 추가적인 접촉만 신고 대상으로 분류하는 등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온라인 공청회 이후 전문가, 관계 부처 등과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반국가단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이상 아직은 이를 제도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고려했다”며 대북접촉 신고 간소화 유보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등으로 악화한 남북 관계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경계를 약화한다는 비판을 고려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국자는 “북한의 지위가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기본정신이 있는 만큼 (남북 교류협력이) 민족 내부거래라는 측면도 있지만, 헌법 3조에 따라 ‘반국가단체’라는 측면도 있다”면서 “아직 한쪽 측면으로 기울여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통일부가 교류협력법의 주 부처로서 일부 우려되는 사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최초의 접촉대상을 완화(축소)하려고 했던 취지는 유지할 것이다. 향후 남북 관계 진전 등 상황 변화를 보아가며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악화한 남북 간 정세가 대북접촉 간소화 유보 결정에 영향을 줬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남북관계 정세는 토의과정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교류협력법 개정 관련 관계부처 간 협의과정에서는 법리, 법 내용, 완결성, 논리성 등을 검토한다”면서 “남북 관계의 정세 이런 것들은 토의과정에서 고려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또 국가안보법 위반 사례 발생을 우려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전혀 아니다. 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은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 “교류협력법은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아직 남북 관계 이중성에 대한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진=통일부]

 
◆‘지자체’ 사업 주체로 규정…남북교류협력 자율성 보장

정부 승인없이 신고만으로 북한 주민 접촉이 가능하다는 통일부의 구상은 철회됐지만, 남북 간 경제·사회문화·인도적 교류 협력 추진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 협력사업 규정을 구체화하고, 북한지역 사무소 설치 근거를 마련하면서다. 

또 우수교역업체 인증을 통한 편의제공, 남북협력지구 규범적 근거도 마련했고, 관계 행정부처와 전문성 있는 민간의 참여 확대와 관계부처 협조 강화를 위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위원 정수를 기존 18명에서 25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담았다.
 
앞서 일부 관계부처에선 우수교역업체 인증제도와 북한지역 사무소 설치 승인 근거 마련에 대해 대북 제재 저촉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관계부처 우려가 있었지만, 협의 과정에서 해소됐다. 미래에 벌어질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까지 규율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봤다“면서 “남북 교류협력 및 교역사업에 제재 문제가 있으면 현행법 15·18조 조정 명령에 따라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남북 교류협력의 안정성과 자율성 강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대북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방북 승인을 거부·제한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개정안에 포함했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조정 명령으로 중단되는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기업 경영 정상화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민족 내부 거래의 특수성도 구체화했다. 통일부의 반·출입 승인을 받은 물품 통관 시 신고 의무 및 제재 적용을 완화하는 규정도 이번 개정안에 담겼다.
 
일각에서 제기된 교류협력법 총칙에 대북제재 고려 조항을 포함하자는 의견에 대해선 “대북제재는 남북 간 사업 추진 시 구체적으로 고려할 사안이다. 국내법으로 규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통일부는 오는 10월 6일까지 이번 개정안의 입법 예고를 끝내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연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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