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통상임금 승소…재계 "경영 불확실성 높아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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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08-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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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결국 노조의 손을 들어주자,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재계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향후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경영·고용 위기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판결"이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사법부 판단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마저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총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른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기존의 노사간 합의한 임금체계를 성실하게 준수한 기업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수당을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서 심히 유감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이어 경총은 신의칙의 판단 근거인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법원은 통상임금의 신의칙 적용기준을 주로 단기적인 재무제표를 근거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전략적으로 경영을 추진해야 하는 기업의 경영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총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2% 이상으로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에 대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중대한 경영상 위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다른 통상임금 관련 소송 또한 상당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법부가 국제경쟁 환경에서의 경영전략을 고려해 재심의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경총 측은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또한 이번 판결에 대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경제 위기,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금번 판결로 예측치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 실장은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은 지속될 것"이라며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한다"고 짚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아차 외에 현재 비슷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앞으로는 법원에서 신의칙 적용 범위를 폭넓게 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기아차 노조 소속 약 300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받은 정기 상여금 등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회사가 노조원 3000명에게 지급해야 할 추가 임금은 약 5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기아자동차 노조원들이 2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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