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틱톡 두들겨 맞아도 중국이 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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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8-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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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 기술기업 때리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대표 통신장비회사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 통로를 원천봉쇄하고 중국 인기 소셜미디어 틱톡의 미국사업의 강제 매각을 요구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 대표 소셜앱 틱톡와 위챗을 45일 뒤 미국서 퇴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주에는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을 90일 안에 끝내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번 주에는 '중국 5G 첨병'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망을 완전히 끊어놓는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별다른 보복 조치를 내놓지 않아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손익 계산을 하면서 당분간 반격을 자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리서치회사 플레넘의 션 딩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대항하는 주요 방식 중 하나는 해외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중국에 계속 머물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의 유력한 보복 조치로 거론됐던 건 이른바 '불량기업 명단' 카드였다. 중국이 이 명단에 자국의 거대 소비 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들을 대거 올려 미국 기업들에 타격을 가하리라는 관측이었다. 

중국은 애플과 테슬라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의 핵심 시장이다. 미국 반도체 제조사 퀄컴은 매출 가운데 약 3분의 2을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나이키, 스타벅스 같은 미국 유명 브랜드들도 중국 매출 비중이 10%를 넘는다.

미국이 지난 5월 화웨이 제재를 확대했을 때에도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이 미국 기업들을 특정해 보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규제나 조사에서 자유로운 모습이다. 스마트폰에서 화웨이와 경쟁하는 애플은 올해 2분기(4~6월)에 중국 내 아이폰 판매가 3분의 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 신유 중국 상무부 산하 연구원은 "불량기업 명단은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싸울 수 있음을 암시하지만 중국 당국은 미국과 일일이 치고받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내다보는 자세를 취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지금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순히 보복하는 게 아니라 중국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공급처이자 소비 시장이며 쉽게 공급이나 계약을 끊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돌박적이고 과격한 미국과 차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마땅히 취할 수 있는 보복 수단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자칫 보복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활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경제 활동을 위협할 만한 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인민대 쉬인홍 국제관계학 교수는 FT에 "중국이 첨단산업에서 보복에 나설 능력이 무척 제한적이다. 여전히 많은 산업에 해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합작벤처 형식으로 사업 관계가 긴밀히 얽힌 경우가 많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과 합작벤처를 꾸린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GM을 겨냥해 중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주려고 할 경우 SAIC에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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