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질병관리본부 페이스북 캡처]
한국의 서울과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복수의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6일 연속으로 신규 감염자가 100명 넘게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서울 수도권에 대한 경계 수준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 집회나 이벤트 개최를 제한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했으며, 프로 스포츠 관객 입장도 다시 금지됐다. 2~3월 신흥종교단체에서 발생한 대규모 집단감염과 같은 전철을 밟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 상황을 대규모 유행의 초기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 방역대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은경 본부장은 18일,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신규 감염자 수는 8월 1~12일 기간에는 30~50명 정도였으나, 13일에는 7월 25일(113명) 이후 20일 만에 100명을 돌파, 15일에는 279명까지 급증했다. 16일에는 197명으로 200명을 밑돌았으나, 17일 재차 246명으로 증가했다.
한국 정부는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해, ◇불요불급의 외출자제 ◇실내 50명, 실외 100명 이상 집회 및 이벤트 개최 자제 ◇무관중 스포츠 경기 개최 ◇학교, 유치원 등 교육기관에 대한 원격수업 전환 등을 권고했다.
정세균 총리도 18일 오후 담화문을 통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나의 일상을 지키고, 사랑하는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선택’. 더 이상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수도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종교시설 집단감염 재발에 국민 분노
한국에서 감염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요인으로는 복수의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 성북구의 사랑제일교회에서 감염자가 다수 확인됐으며, 중앙방역대책본부에 의하면 18일까지 총 457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이밖에 서울 여의도(영등포구)의 대형교회와 경기도 용인시 교회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대구의 신흥종교 '신천지교회'의 집단감염을 계기로 2~3월에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약 4000명의 신도가 있는 비교적 큰 교파.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이미 대구와 경남에서 사랑제일교회발 3차 감염이 확인되고 있어, 신천지교회발 악몽이 재현되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사랑제일교회의 일부 신도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종로구)에서 개최된 문재인 정권 규탄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사실도 밝혀졌다. 집회를 주도한 사랑제일교회 정광훈 담임목사도 17일 오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기 때문에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 남동부 포항시에서는 340명 이상의 시민이 동 집회에 참가했으며, 이미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집회 참가자 파악에 주력하고 있으나, 연락조차 되지 않는 신도도 많아 역학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애초부터 서울시는 8월 15일 집회를 불허, 개최 자체가 금지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단체들은 이를 어기고 집회를 강행했다. 이런 종교단체들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가 집중되고 있다.
■ 다시 재택근무로
서울 수도권 지역의 감염자 수 급증에 따라, 통상근무로 복귀했던 기업들이 재차 재택근무를 회귀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8월 말까지 전면적인 재택근무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2월부터 4월 말까지 전면적인 재택근무를 실시했으며, 5월부터는 재택근무를 1주일에 3일로 완화했다.
이밖에도 IT기업 카카오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 플러스도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이러한 조치는 모두 감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나, 장기간동안 실시된 재택근무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판교 신도시(경기도 성남시)의 IT기업에 근무하는 김정주씨(30. 여성)는 NNA에 대해, "드디어 평상 근무로 복귀하자마자 다시 재택근무라니, 솔직히 피곤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 감염 확산 지속되면 '3단계' 가능성도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실시는 18일 기준으로 '권고'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방역당국은 감염자가 앞으로도 계속 급증할 경우 '3단계' 격상도 염두에 두고 있다. 8월 5일~18일 2주일간 하루 평균 감염자 수는 82.79명. 3단계 발령 조건인 '2주일간 평균 감염자 수 100명 이상'의 수준에 점점 근접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옥 부본부장은 "방역이 중대한 기로에 있다. 감염 확산을 억제하지 못하면, 3단계 격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3단계로 격상되면, 모든 기업은 가능한 한 재택근무 및 텔레워크가 의무화되며, 10인 이상 모든 집회와 이벤트, 스포츠 경기는 개최가 금지된다. 또한 학교도 휴교나 전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소비가 다시 위축될 우려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1일, 한국의 올해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월보다 0.4% 포인트 상향 수정한 -0.8%로 전망했으나, 감염이 재차 확산될 경우를 가정했을 때 "-2.0%로 침체될 것"이라는 시각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감염 확산세를 억제하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후자의 가정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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