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배지 반납하겠습니다" 파업 의사의 호소

이승요 기자입력 : 2020-08-14 09:48
"의사 파업 나서야 하는 의료계 현실 알아달라" 청원글 잇따라 290만 회원 유명 맘카페에도 "의사 집단 이기주의 아냐" 호소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국내 유명 종합병원 소속 감염내과 임상강사인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을 지키며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이제 곧 기약없는 구직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재정문제로 병원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피 전공인 신종감염병 전문의는 더욱 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감염내과 의사 부족'을 그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이에 분노한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0년 후 우리나라 의료계는 더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라는 비판글을 올렸다.

정부가 감염내과를 지원한다는데 A씨가 격분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감염내과 임상강사라고 밝힌 A씨가 작성한 청원글이 올라왔다. 

A씨는 "감염내과 의사, 부족하다. 그러나 감염내과 의사를 지속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다"라며 "값싼 의료수가에 안그래도 재정이 어려운데 코로나같은 신종감염병이 한 번 창궐하면 병원들은 더 힘들어지고 문닫는 병원들도 많다"라고 의료계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의대생을 10년간 4000명 더 뽑는다고 하는데, 과연 의사면허를 딴 후에 돈도 못벌고 힘들고 일자리도 없는 감염내과를 할까, 외래 한 명에 몇천원 겨우 받는 소아과를 할까, 힘들고 툭하면 소송당해서 문닫기 쉬운 산부인과나 외과를 할까, 4000명이 갈 일자리는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의사 숫자를 늘리는게 해답이 아니라 비인기과, 기피과는 왜 의사들이 안하려고 하는지 왜 지방에 남지않고 다들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오려고 하는지(의사들 뿐만 아니라 환자들 역시), 왜 병원들은 의사가 부족해서 뽑고 싶어도 뽑을 수가 없는지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구직활동이 안되면 감염내과 전문의 자격증, 박사학위 다 버리고 돈많이 주는 병원 찾아서 돈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살려고 한다. 이로써 감염내과 의사가 한명 더 줄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에서 '의료진 덕분에' 배지를 두개나 보내주셨던데, 그 의료진에 의사는 포함되지 않는것 같아서 돌려드리겠다"라고 글을 끝맺었다.

지난 13일에는 290만 회원이 있는 유명 인터넷 맘카페에  '내일 있을 의사 파업을 앞두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두 아이의 엄마이자 대학병원 전공의라고 밝힌 B씨는 "파업이 단지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인한 사건으로 끝나버릴 것이 우려돼 현재 정책이 왜 문제인지, 왜 의사들이 파업까지 고려하게 됐는지 들어주실까 싶어 글을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B씨는 "당장 저희 둘째 아이도 어제부터 열이 펄펄 끓고 있어 저조차도 내일(14일)부터 임시 공휴일까지 4일간의 짧지 않은 연휴가 걱정된다. 의료진인 저도 이런데 아픈 아이들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를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이라고 적었다.

그는 "부조리한 상황에 도저히 목소리를 낼길이 없어 파업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응급실, 중환자실 등 중한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대비하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골든타임을 놓쳐 위중한 상황이 생기진 않을까 진심으로 우려스럽다"고 답답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료를 지키기 위한 의사 단체행동 관련 국민과 정부에 드리는 말씀'이라는 의사 파업 대자보를 함께 감염내과 의사 A씨의 청원글 링크를 첨부했다. 그는 의사 파업 기간 비대면을 통해 의료 상담이 필요한 맘카페 회원들을 돕겠다고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하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의사 파업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이날 진료하는 의료기관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각 시·도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로 했다. 응급의료 포털과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응급진료상황을 공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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