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컷' 당한 통일부…김정은 "수해피해 관련 외부지원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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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8-1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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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13일 정치국 회의 주재…수해·방역 상황 점검

  • 개성 봉쇄 3주만 해제…"수해 관련 외부지원 불허용"

  • '北 피해 상황 확인 시 지원 검토' 정부 계획 물거품

  • 北 홍수로 농경지 390㎢·주택 1만6680세대 등 피해

  • '조직개편' 김덕훈 신임 총리·리병철 정치국 상무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고 최근 수해 상황을 중간 결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북한 내 수해와 관련된 어떠한 외부지원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가 북한의 수해 규모 파악 시 대북 수해 지원을 검토하겠다며 내민 ‘남북 수해 지원 교류’의 손을 단칼에 뿌리친 셈이다. 이는 남북 대화 복원을 위해 인도적 지원 등 작은 교역부터 시작한다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남북 협력 구상에 적신호가 될 수도 있다.

14일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6차 정치국 회의가 8월 13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위임에 따라 조선노동당 위원장 김정은 동지께서 회의를 사회하시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6차 정치국 회의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통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홍수 피해를 본 인민들에게 안정된 생활에 대한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개성시 봉쇄 해제 등을 논의했다. 또 당 중앙위 신설부서 설립과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 등에 대해 토의 결정했다. 아울러 당 중앙위 조직개편에 대한 결정도 있었다. 

통신은 이날 정치국 회의에서 발표된 호우피해 상황 통계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장마철 기간 강원도, 황북도, 황남도, 개성시 등 북한 농작물 피해면적은 3만9296정보(약 390㎢)이다. 또 주택 약 1만6680 세대, 공공건물 약 630동이 파괴·침수됐다. 도로와 다리, 철길이 끊어지는 등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서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특히 강원도 김화군, 철원군, 회양군, 창도군과 황해북도 은파군, 장풍군 등의 피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오전 황해북도 은파군 수해지역에 '국무위원장 예비양곡' 수송차가 도착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리일환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전달사를 했으며, 현지 일군(간부)과 주민들이 전달식에 참석했다. 사진은 국무위원장 예비양곡을 실은 수송차(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와 수송차를 반기는 주민들, 김 위원장의 애민정신을 추켜세우는 주민 토론, 전달사를 하는 리일환 부위원장.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세계적인 악성비루스(바이러스)전파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현실은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면서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지역 주민들과 피해복구에 동원되는 사람들 속에서 방역 규정을 어기는 현상이 절대로 나타나지 않도록 교양 사업을 잘해야 한다”며 수해복구 작업 속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사업에도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수해 복구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까지 끝낼 것을 지시하고, 이에 대한 정치국, 당 중앙위, 중앙군사위원회, 국무위원회의 공동명령서를 시달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지시는 수해지원 물자가 유입되면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와 동시에 북한이 대북제재, 코로나19, 홍수 등 삼중고로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인식한 듯하다.

북한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발표한 대북제재에 맞선 ‘자력갱생 정면돌파전’을 줄곧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수해에도 북한 스스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자 ‘외부지원 불허용’을 강조했을 수도 있다.

앞서 유엔 측은 11일(현지시간) 북한 홍수 피해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북한에서는 이달 들어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홍수를 일으켰다”면서 “유엔 팀은 (북한)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도 북한 주민 약 540만명이 태풍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며 북한에 도움을 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13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16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한편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의진자’ 탈북민의 월북으로 특별경보가 내려졌던 개성지역 봉쇄령을 3주 만에 해제했다.

통신은 “최전연지역에서 발생한 비상사건으로 7월 24일부터 실시했던 개성시를 비롯한 전연지역봉쇄를 전문방역기관의 과학적인 검증과 담보에 따라 해제할 것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비상방역체계 엄격 유지와 방역사업지휘체계 완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와 더불어 당 중앙위 부서 신설과 인사 등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김덕훈이 새로운 북한 내각총리로 탄생했고, 기존 내각총리였던 김재룡은 당 부위원장 겸 당 부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특히 김 신임 총리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2월 해임됐던 박태덕 전 농업부장은 당 중앙위 위원,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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