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가 뽑은 별별 명장면] '다만악' 레이의 첫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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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8-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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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가 뽑은 영화 '다만악'의 명장면[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다음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직접 고른 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영화 속 한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이번 주인공은 영화 '다만 악으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의 이정재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 분)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 분)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액션이다. 영화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황정민, 이정재가 재회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극 중 이정재는 추격자 '레이'를 연기했다. '인간 백정'이라 불리는 그는 한 번 정한 타깃은 놓치지 않고 사냥하는 무자비한 인물. 자신의 형이 인남(황정민 분)에게 암살당한 것을 알게 되고 모든 수를 동원해 인남을 쫓는다. 일본, 한국, 태국을 오가며 인남을 쫓고 집요하게 압박한다.

"레이의 첫 등장 신을 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아마 모든 배우가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부담이 있을 거예요. 인물이 처음 등장했을 때 관객이 이입되어야 하니까요. 저도 그렇고요. 거기에서 한 호흡이 되어야 나머지 두 시간을 같은 호흡으로 즐길 수 있죠."

이정재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레이의 첫 등장을 꼽았다. 영화 중반에 들어서야 등장하는 레이는 늦은 '출발'만큼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해 부담이 컸다.

영화 '다만악', 이정재가 언급한 '장례식신'[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레이의 첫 등장은 장례식장이었다. 재일교포인 레이 형제는 오랜 시간 남처럼 지내 주변에서도 형제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설정. 잔혹하고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이름을 떨치던 두 사람은 장례식장에서 조우하게 된다. 장례식장에 나타난 레이는 그야말로 이질적인 모습이다. 검은 정장을 입은 무리 앞에 홀로 흰 롱코트를 입은 그는 묘한 얼굴로 형을 바라본다.

"장례식장 신을 찍는 날은 전날 물도 한 모금 안 마셨어요. 자기 형이 죽었을 때 편하게 자고 오진 않았을 것 같았거든요. 그 모습을 잘 보여드린다면 레이가 두 시간 동안 집요하게 인남을 쫓는 게 설득력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제겐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죠. 잠도 안 자고, 감정도 다 쓰고, 육체적 에너지도 다 쓴 얼굴이 필요했어요. 영화 속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해보는 데까지 다해본 거죠."

레이가 등장할 때 입었던 의상도 숱한 고민 끝에 결정된 것이라고.

"레이는 장례식장에 갈 때 어떤 옷을 입을까? 전 그가 그런 일에 신경 쓰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요. (의상에 관한) 고민은 무엇으로 연결되었냐면 '레이는 왜 인남을 맹목적으로 쫓을까'였어요. 형에 대한 복수심? 그것뿐만이 아닐 거라고 판단했어요. 핑계죠. 인남을 쫓는 동력은 형에 대한 분노나 복수심이 아니라 그냥 '사냥감'이기 때문이었어요. (형의 죽음은) 적절한 핑곗거리였죠. 그런 레이가 형의 장례식장에 온다고 옷을 갖춰 입을까요?"

레이의 화려한 의상은 그의 캐릭터를 대변한다. 극 중 레이의 전사나 속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비주얼적으로 그의 성격을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고민이 많다 보면 과해질 수밖에 없어요. 평소라면 최대한 절제하겠지만 레이의 경우는 조금 달랐어요. 영화 안에서 자연스러운 게 중요했죠. 의상과 콘셉트 테스트를 많이 했어요. 스태프들이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 테스트를 통해 (스태프들과) 가까워졌죠. 현장에서도 서로 뭘 원하는지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요."
 

영화 '다만악', 화려한 레이의 비주얼[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재는 레이의 비주얼을 완성하기 위해 개인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작업했다. 통상 캐릭터 비주얼은 의상팀이 만들기 마련이지만 레이는 더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위해 스타일리스트에게 부탁했다고.

"영화 의상팀과 스타일리스트가 협업한 거예요. 한 번도 이렇게 작업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간 영화 속 비주얼적인 부분은 거의 제 의견을 내지 않았어요. 이런 게 좋다, 싫다 주장하면 제가 그려내는 캐릭터들이 한계가 생기더라고요. 스태프들에게 이정재를 맡겨야 새롭게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레이는 의상, 액세서리 등 소도구를 찾아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우리 스타일리스트가 도움을 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던 거예요. 의상팀도 흔쾌히 동의해줘서 같이 작업하게 됐어요. 그 덕에 레이가 더 과감해질 수 있었죠."

레이의 강렬한 첫 등장은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하지만 장례식 신은 사실 레이의 진짜 '첫 등장'이 아니었다고.

"사실 시나리오 속에는 클럽 신이 하나 더 있었어요. 그게 레이의 진짜 첫 등장이죠. 촬영을 끝내고 장례식장도 찍어놨는데 스태프가 그 신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걸 첫 장면으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클럽신은 빼자'고 하기에 '아니 몇 신이나 나오는데 그 한 신마저 빼냐'며 펄쩍 뛰었어요. 이런저런 서운함과 설득 끝에 결국 첫 장면은 장례식장 신으로 결정됐죠. 하하하.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한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2014년 영화 '오피스'로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던 홍원찬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곡성' '기생충' 홍경표 촬영 감독, '남산의 부장들' 조화성 미술감독, '밀정' '엑시트' 모그 음악감독 등 유명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다.

지난 5일 개봉해 개봉 7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누적관객수는 누적 관객수는 241만41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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