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뜬금'없지만 오늘 어떤 쌀로 지은 밥을 드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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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20-08-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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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남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김상남 국립식량과학원장[사진=농촌진흥청]

‘뜬금없다’는 옛날 곡물 시장에서 가격을 정하던 방법에서 유래한 말이다. 옛날에는 쌀 가격이 일정하지 않고 시세에 따라 그날그날 다른 값이 매겨졌는데, 이때 거래 기준이 되는 가격을 ‘뜬금’이라 했다. 곡물 시장에서 뜬금을 정하는 일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예고 없이 갑자기 일어나는 일을 ‘뜬금없다’라고 했다.

뜬금없지만 오늘 어떤 쌀로 지은 밥을 드셨는지 묻고 싶다. 먹는 양은 줄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밥을 접할 것이다. 오늘 먹은 쌀밥이 어떤 지역에서 생산된 어떤 영양성분을 가진 쌀인지 혹시 알고 드시는 분이 있을까?

건강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고품질 기능성 쌀과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삼시세끼를 다 해먹지는 못하지만 한 끼라도 ‘좋은 것’, ‘나에게 맞는 것’을 먹고 싶은 심리에 따른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78.2%가 건강기능식품을 더 자주 섭취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시중에는 국내 소비자의 성향을 반영한 다양하고 차별화된 기능성 쌀들이 많이 나와 있다. ‘하이아미’는 밥맛이 좋고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에 도움을 준다. ‘눈큰흑찰’은 기능성 물질인 가바(GABA) 함량이 높고 대사증후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도담쌀’은 비만과 당뇨 예방, 혈당조절 개선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밥맛 좋은 최고품질 쌀 소비가 강세다. ‘삼광’은 병해에 강해 친환경으로 재배할 수 있는 밥맛 좋은 쌀이다. ‘영호진미’는 밥을 했을 때 구수한 향과 단맛이 우수하며, 식어도 찰지고 부드러운 질감이 유지된다. ‘해들’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지역 대표 품종으로 선정된 윤기와 찰기가 우수한 쌀이다.

농산물 판매 경로가 다양화되고 온라인 유통 채널이 발달하면서 특성화된 쌀에 대한 정보와 소비는 빠르게 공유됐다. 유명 백화점에 입점한 쌀 편집매장은 이런 소비 성향을 반영한다. 품종별 소포장과 즉석 도정으로 최적의 밥맛을 내세워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소위 인기 있는 해외명품을 브랜드별로 구비해 판매하는 매장처럼, 쌀 편집매장도 세분화된 소비층의 분화와 차별화된 맞춤형 밥맛을 내세워 쌀의 고급화를 지향한다. 단순 판매뿐 아닌 공감을 이끌어낼 정보와 이야기를 담아 소비자를 매장이 아닌 쌀의 역사와 문화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쌀 편집매장에 쏠리는 인기를 보며 우리가 쌀에 관심이 없던 것이 아니라 관심을 쏟아낼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뜬금’이 사라진 지금 10㎏ 신동진쌀이 3만원선에 거래된다. 기능성 쌀은 이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뚜렷한 소비처가 확보되고 제품 개발로 이어져 꾸준한 수요가 보장된다면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 기반이 되는 용도별 품종 개발과 재배안정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는 국민 건강 증진과 쌀의 고부가가치화를 한 단계 더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1~2㎏의 작고 예쁘게 포장된 쌀 뭉치를 들여다보니 오래 전 80㎏에 달하는 거대한 쌀가마니들을 곳간에 들여놓던 날이, 그때 환하게 빛났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예나 지금이나 내게 위안과 많은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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