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와이드] 배선영 교수 “다주택자는 집값안정 중요 역할…1가구 1주택은 실패한 정책될 것"

한영훈 기자입력 : 2020-08-10 05:00
다주택자 옥죄는 세금폭탄…전월셋값 올리고 1주택 중산층에도 부담 가중 소득주도성장은 잘못 꿴 단추…한국경제 '잃어버린 5년' 될수도 최저임금 급격 인상 땐 기업들 선제적 고용 감축…근로자 소득 오히려 감소 가능성 커

배선영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요 도시의 집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지난 5년 새 집값이 무려 2배 가까이 뛰었다. 이를 잡기 위해 현 정부는 ‘1가구 1주택’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아 혼란만 더욱 커지는 중이다.

배선영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SK증권에서 가진 본지와의 특별대담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현 정책의 잘못된 방향성’이라고 진단하며 “‘1가구 1주택’ 정책은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데 결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보단 기본으로 돌아가,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게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라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다주택자는 공급 물량을 책임지는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특히 배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관련해 큰 우려를 드러냈다. 이는 집값 및 전월셋값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 안정화 과정에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문재인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 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 등을 예로 들며, 소비·투자·순수출 감소를 통해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 요인으로 지목했다. 앞서 진행한 ‘전국민 대상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해선 대표적인 포퓰리즘 행위‘라고 표현하며 국채이자부담, 물가상승분 등의 부작용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일자리와 관련해선 언택트(비대면) 기조가 확산되면서 잉여노동자가 늘어나겠지만, 새로운 산업 분야가 창출돼 해당 인력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수출 위축‘ 우려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국제 분업 체제가 복원돼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효율적 성장을 위한 지향점으론 기업의 투자의욕과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고취해 이루는 ‘민간주도성장’을 제시했다.

다음은 배 교수와의 특별대담이다.

◆부동산 시장서 다주택자, 규제 대상 아니야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면?

"집값 상승의 최대 원인은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이다. 국토, 특히 주택부지로 쓸 가용국토는 협소한데 그에 비해 인구는 많다. 적어도 주택에 관한 한, 아직까지는 기본적으로 공급보다 수요가 우세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값은 자연스럽게 오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거주수요 및 주택 구조도 고급화가 이뤄지며 자연스레 힘을 보탰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전반적인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거주 수요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이외에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금리 등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한 다주택자의 ‘투기’는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

"먼저 다주택자란 개념에 대해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주택자는 흔히들 알고 있는 부자란 소리를 들을 만한 임대인형 다주택자 외에도 은퇴 후 생계 목적의 다주택자, 실거주형 다주택자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뉜다. 마찬가지로 무주택자 역시 향후 내 집 마련을 고려한 자발적 무주택자 외 순수유형 무주택자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단순한 잣대로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를 이분화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주택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이 될 수는 없다. 집값 상승의 대세는 다주택자의 투기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주식시장에서 작전 세력이 대형주 종목인 삼성전자의 주가를 일시적으로 올릴 수는 있어도 그 상태를 장기간 지속시킬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집값 상승의 대세는 앞에서 설명한 ‘근본적 요인’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다주택자를 근절하기 위한 ‘1가구 1주택’에 집중하고 있는데?

"잘못된 방향이다. 흔히들 ‘1가구 1주택’은 합리적이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던 수요와 공급의 균형 측면에서, 생각해봤을 때 더욱 그렇다. 현재 전월셋집 수요자가 집을 구할 수 있는 건, 여분의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주택자가 없어진다면, 전월세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집값(매매가격)이나 전월셋값(임대료)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 부동산 정책은 수요·공급 법칙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실패작이다. 이 법칙은 얼핏 보기엔 이해하기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정밀하게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 회복을 위해 다주택자도 필요하다는 얘긴가?

"그렇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다주택자가 집값 안정에 기여하는 부분은 상당히 많다. 앞서 말했던 수요·공급의 이치 외에도 집값 억제에 가장 필요한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데도 기여를 할 수 있다."

"예컨대 신규 아파트 분양 과정에 다주택자가 개입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나눠서 가정해보자. 만약 다주택자가 없다면, 아파트값은 근본적 요인에 의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약 20도의 각도로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다주택자가 개입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물론 초반에는 다주택자의 투기가 아파트값 급등의 주범으로 작용해 약 30도 각도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영리를 추구하는 건설 회사들에게 신축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할 것이고, 신규 공급을 빠르게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공급 증가가 아파트 값 상승 속도를 종전의 30도에서 10도로 완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다주택자까지 청약해야 분양이 완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양면성을 가진 다주택자의 ‘투기’를 어떻게 다뤄야 하나?

"앞서 말했던 순기능을 이해하고, 가급적 일반적 수준에서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청약 과정에서 무주택자에 1순위, 1주택자에 2순위의 혜택을 주는 것은 무방하다, 그러나 다주택자의 주택매입이나 보유 과정에 징벌적 규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불로소득 부분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수준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다주택자(임대인)를 옥죄고 1주택자에게도 부담을 주는 ‘세금 폭탄’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이는 세금 전가에 의한 전월셋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뿐 아니라, 1주택 중산층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 또 취득세와 재산세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세율을 예전의 저율 수준으로 돌려놔야 한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재산세 수준으로 낮추거나, 양도소득세와 연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을 팔 때 낼 양도소득세 금액 산정 시 그간 납부한 종부세 금액만큼 세액을 공제해주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이외에 부동산 관련 대출 역시 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우선 과제는 뭐가 있을까.

"신규주택 공급량을 크게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해당 사업을 촉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순수 민간사업 차원의 신규주택공급의 경우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단, 도시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그린벨트를 자꾸 해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 대신 신규주택 건축에 대해 용적률과 층고 제한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공급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고층 건물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반값아파트’의 공급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사업 차원의 신규주택공급이 확대되더라도, 소득과 재산이 부족한 무주택서민이나 무주택중산층에게는 그것마저 ‘그림의 떡’일 수 있다. 민간소유 주택의 수요와 공급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기고, 시장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만 정부가 보완에 나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정부가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면, 서울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간 많은 공공기관들이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서울의 집값 안정에는 별반의 기여를 하지 못했다. 행정수도 이전도 세종시의 집값과 땅값은 올리겠지만, 서울의 집값 안정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다. 반면, 두 집 살림을 해야 하는 가구 수를 늘려 두 도시에서 공히 전월셋집 수요를 증가시킬 것임은 명확하다."

-최근 전셋값과 월세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지.

"논쟁의 초점이 본질에서 상당히 벗어나있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 논란이 흘러가는 양상을 보면 ‘전세제도가 없어질까 걱정이다’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된다’ 사이의 대립 구도에 집중돼 있다. 당초 문제가 됐던 전월셋값의 상승 자체는 상당히 희석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의 논란 구도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데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배선영 교수(왼쪽)는 "다주택자의 주택매입이나 보유 과정에 징벌적 규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사진=유대길 기자]

◆현 정부 경제정책, ‘첫 단추’부터 잘못 꿰

-부동산 외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도 듣고 싶다. ‘소득주도 성장정책’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견해는 매우 부정적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경제의 '잃어버린 5년‘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은 ‘임금 상승 →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 → 소비 증가 → 기업투자 증가 → 경제 활성화’ 순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진실은 이와 크게 다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기업 입장에선 단순 고정비용의 상승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당수 기업들은 ‘원가 상승 → 제품가격 인상 → 매출량 감소 → 생산 감축’ 등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선제적인 고용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근로자 계층의 소비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를테면 관련 납품업체들의 생산 감축을 유발하는 식으로, 연쇄적인 생산 감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후 많은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그에 따라 투자도 전반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이 경우 인건비 상승에 따른 생산성 향상 부진 → 국제경쟁력 저하→수출 감소 및 수입 증가 등의 악순환에 접어들게 된다. 결국, 소비 ∙ 투자 ∙ 순수출이 모두 감소해 한국경제를 장기침체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추진 중인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는 어느 정도로 보는지.

"기존 경제학자들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국가채무가 증가해 미래세대로 세금부담이 전가되는 등의 부작용이 수반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는 기대보다 작고, 그 부작용은 ‘국가채무 증가’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장기간 집행되면, 그것은 외환위기나 초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본질적으로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킬 여지도 많다. 이처럼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결국 한국경제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저금리·저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목표 간 상충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향후 정부가 정책을 펼쳐가는 과정에서 어떤 목표에 더 우선순위를 둬야한다고 생각하나.

"경제 성장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으면서 억지로 성장률을 높이려는 ‘재정주도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의욕과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고취해 이루는 ‘민간주도성장’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기조가 확산되면서 일자리는 점점 감소할 거란 의견도 있다. 이 경우 실업문제와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거란 우려도 있는데.

"자본주의의 역사를 보면, 혁신 내지 자동화를 통해 기계가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그로 인해 잉여노동력 내지 실업자가 생겨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산업 혹은 새로운 업종이 생기며 잉여 노동력을 흡수하는 일도 꾸준히 발생했다. 이런 추세는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빈부격차 또는 양극화 문제가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한 위험요인이다.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역시 경제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경제시스템이 시장원리에 의해 효율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긴요할 것이다. 이외 선천적 장애 등을 가진 이들에게는 생산적 복지를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코로나19’ 이후 국제거래가 위축될 거란 의견도 있다. 국제거래가 위축되면 수출이 주는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경우 충격이 더욱 클 거란 우려가 특히 크다.

"코로나 이후 국제 분업체제가 다소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분업체제가 상당부분 복원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만일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이 온다면, 국제경쟁력 강화 정책과 고환율정책(원화약세정책)을 어떻게든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배선영 교수 프로필

△1960년 경남 함양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82)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1984) △서울상대동창회 최우수졸업논문상 수상 △제24회 행정고시 최연소 합격 (1980)) △제16회 외무고시 합격 (1982) △1983년부터 17년간 경제공무원 봉직(재무부 국제금융국 ∙ 증권국, 재정경제원 감사관실, 대통령 경제비서실 등) △새천년민주당 정책위부의장, 서초갑지구당위원장 (2000~2002)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청연구위원 (1999) △한양대 ∙ 수원여대 겸임교수 (2004~2011) △기획재정부 거시경제정책자문위원 (2008~2011) △금융위원회 자체평가위원 (2010~2012) △한국수출입은행 감사 (2011. 4. ~ 2014. 4) 등 역임 △(현)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14. 4월~)

대담: 전운 금융부 부장
정리: 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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