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동아시아] ①엇갈리는 한·중·일…멀어진 한·일vs가까워진 한·중

정혜인 기자입력 : 2020-08-04 16:28
한·일, 일본 전범기업 자산 매각 효력 발생으로 다시 위기 한·중, 코로나에도 대면 회의·비자발급 재개로 관계 돈독 "미·중 갈등 속 韓 모호함, 중국의 對韓 적극적 관심 배경"
동아시아 대표 3개국 한국, 중국, 일본은 올해 서울에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2008년부터 연례적으로 개최된 국가정상급 회의인 ‘한·중·일 정상회의’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협력 및 관계개선, 재난 대책 등 강화가 목적이다. 

그러나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국면 속에서 최근 한·중·일 3개국은 각자의 국익을 위한 다른 외교 노선을 정하면서 엇갈리고 있다. 한·중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점차 강화되는 반면 역사적 갈등으로 멀어진 한·일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일 갈등 평행선 속 가까워지는 한·중
4일 0시부터 일본 전범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한국 자산 압류 명령 효력이 발생하면서 한·일 간 갈등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일본제철 측의 즉각 항고 예고로 양국 간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본의 2차 보복 조치와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대응책 모색 등 제2의 수출규제 조치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일본 편을 드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것도 변수다. 미국은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을 두고 ‘수출규제는 안보조치’라고 지적했다.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 속 노골적으로 미국 편에 서고 있는 일본의 손을 미국이 들어줬다는 평가와 함께 한·일 간 갈등이 한·중, 미·일 간 대립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특히 오는 위안부 기림의 날(14일), 광복절(15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 향후 한·일 갈등을 고조시킬 거대 이벤트가 남아있는 것도 문제다.

반면 한·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당국자 간 회의를 ‘대면’으로 진행하는 등 양국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성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리청강(李成鋼)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를 수석대표로 한 양국 대표단은 지난 1일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제24차 한·중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양국 경제협력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조정관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이후 첫 한·중 대면 회의가 이뤄진 것에 대해 “어렵게 대면 회의를 시작, 재개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중국 측에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회의 준비를 했고, (우리 대표단 측을) 환대해줬다”고 말했다.

양국은 또 오는 5일부터는 한·중 유학생·취업자 대상 비자 발급을 재개, 양국 간 인적 교류 상황을 코로나19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일 중국 칭다오에서 이성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왼쪽)과 리청강(李成鋼)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를 수석대표로 한중 간 포괄적 경제협력 대화체인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진=외교부 제공]

 
◆“한·중 협력 강화, G2 갈등 속 韓의 ‘모호함’ 영향”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최근 급속도로 친밀해진 한·중 관계의 배경을 ‘미·중 전략적 갈등 심화’와 정부의 ‘모호함’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현재 중국 외교의 방향성은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원만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중에서도 현재 미·중 사이에서 아직은 모호하다면 모호할 수 있는 한국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 한국, 일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주변국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미·중 전략적 경쟁에서 미국의 편에 선다는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경제적 협력으로 인해 전략적 포지션을 취하던 영국과 호주마저도 미국 편에 서면서 중국은 외교적 고립의 위기에 놓였고, 이때 눈에 띈 것이 ‘모호함’을 내세운 한국이라는 얘기다.

현재 한국은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기본 외교정책은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 시켜 나간다는 ‘전략적 모호성’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모호함’이 한·중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모호함’이 양국 협력 강화의 속도 조절을 야기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한·중 비자 발급 재개가 유학생·취업자 대상으로 제한된 것과 관련해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비자)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벌어졌기 때문에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양국 모두 국내 발생보다는 해외 유입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아직 대외의 문을 개방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제관계 측면에서 우리 정부의 ‘모호함’ 때문에 한국과의 우호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이 현재 한국 정부의 ‘모호함’에 비자발급 재개, 경제협력 등을 ‘당근’으로 사용, 한국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하지만 이후 한국이 ‘미국 편’으로 돌아서면 ‘당근’ 역할을 했던 모든 일이 ‘채찍’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 최후의 수단은 남겨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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