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체로켓 제한 풀려... 2030년 고성능 달 탐사선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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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8-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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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 인터뷰

  •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른 고체연료 발사체 파급력 언급... 더 무겁고 강력한 한국형 달 탐사선 발사 기대

  • 고체연료 엔진 개발은 답보 상태... 정부의 新 우주 개발 계획·예산 필요

  • 중국, 일본의 민간 우주기업처럼 고체로켓 활용한 한국 민간 우주기업 탄생 토대 마련

지난달 28일 한미 미사일 지침이 개정됨에 따라 국내 항공우주 업계의 숙원이던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개발에 관한 모든 제약이 풀렸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고체연료 엔진으로 위성이나 탐사선 같은 탑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내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은 이번 지침 개정으로 2030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 한국형 달 탐사선의 무게와 성능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침 개정이 국내 항공우주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문가에게 직접 들어봤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이 국내 우주발사체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우주 선진국은 대부분 액체연료 우주발사체를 사용하고 있다. 고체연료 엔진은 우주발사체의 발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액체연료 엔진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예를 들어 현재 개발 중인 누리호는 1.5톤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으나,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하면 더 무거운 위성도 쏘아 올릴 수 있게 된다.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국내 우주발사체 개발에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 예를 들어 우주발사체의 보조 엔진에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하는 방안, 우주발사체 상단(3단 이상)에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하는 방안, 일본의 앱실론 발사체처럼 1, 2, 3단 전체를 고체연료 엔진으로 개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그동안 고체연료 엔진은 주로 군사용 미사일 개발에 이용됐다. 때문에 한화 등 민간기업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우주발사체용 고체연료 엔진 개발사업이 시행되면, 민간 기업이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기술은 우주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가?

실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지 않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미사일을 개발하며 고체연료 엔진 기술 자체는 상당히 확보했다. 앞으로 이 기술을 우주발사체에 필요한 크기와 성능에 맞게 조정하는 개발 과정을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수소 기반 액체연료 우주발사체(H-2A)가 있음에도 3단형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앱실론을 쏘아 올렸다. 앱실론의 1단 추력은 약 94.6톤, 2단 추력은 13.3톤, 3단 추력은 3.04톤에 달한다.

-지침 개정 후 항우연은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가?

항우연은 내년 누리호 발사 이후 성능이 더 강화된 차세대 우주발사체 개발을 추진한다. 다만, 지침이 개정되기 전에 수립한 계획이라 차세대 우주발사체 개발에 고체연료 엔진 개발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에 차세대 우주발사체에서 고체연료 엔진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1단, 2~3단, 발사체 전체)을 검토하고, 국가의 우주개발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달에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달 탐사선은 차세대 우주발사체를 통해 쏘아 올린다. 당초 차세대 우주발사체는 4단 고체연료 모터 추가 없이 3단 액체연료 엔진만으로 달 탐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4단에 고체연료 모터를 추가할 경우 더 무겁고 뛰어난 성능의 달 탐사선을 달로 보낼 수 있다. 4단에 고체연료 모터를 추가하는 게 액체연료 엔진만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것보다 발사체 개발 비용과 일정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사전분석 결과도 나왔다.

항우연은 한동안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을 진행하지 않았고, 현재 계획에도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이 없기 때문에 당장 한국형 발사체에 고체연료 엔진을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 지침 개정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정부가 고체연료 엔진 개발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개발을 위한 시스템 설계와 실물 생산, 성능 실험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한국형 고체연료 엔진이 나오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우주발사체는 한국이 위성이나 탐사선을 자력으로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우주운송 수단이다. 한국은 독자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앞으로 고체연료 엔진을 활용해 위성 발사를 더 수월하게 하고, 위성,탐사선 발사 대행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고체연료 엔진과 액체연료 엔진의 차이점은?

고체연료 엔진은 연료를 고형화해 기체에 저장한다. 반면 액체연료 엔진은 발사시 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연료를 저장해 장기 보관하다가 필요하면 바로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군용 미사일에 많이 사용됐다. 액체연료 엔진은 액체연료 공급을 위해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발사 과정도 복잡하지만, 성능(추력) 측면에서 고체연료 엔진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우주발사체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액체연료 엔진 개발에는 많은 기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때문에 발사체의 추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체연료 보조 엔진을 활용하는 게 보편화되어 있다. 고체연료 엔진만으로 구성된 발사체도 있으나, 탑재체의 규모가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체연료 엔진은 구조가 단순해 액체연료 엔진보다 개발 비용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라마다 개발 시스템이나 환경이 다른만큼 두 엔진의 개발·발사 비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부분의 우주발사체는 액체연료 엔진을 기반으로 하지만, 일부 우주발사체는 고체연료 엔진만 활용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의 민간 우주기업이 고체연료 엔진을 활용한 소형 우주발사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국내에서도 그런 민간 우주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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