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철비2' 양우석 감독 "남북 배우 맞바꾸기…현실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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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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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편 개봉까지 진전없는 한반도 문제, 영화적 상상력으로 접근

  • 평화와 도발 극단적 北캐릭터, 유연석 곽도원으로 나눠 표현

  • 핵잠수함신 영화 하이라이트…철저하게 '밀덕' 마음으로 정성 쏟아

영화 '강철비' 시리즈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편을 쓰고, 찍고, 편집하면서 독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를 악물어야 했죠."

영화 '변호인'(2013) '강철비'(2017) 등 동시대성을 가진 소재로 극적 재미를 끌어내 사회성과 대중성을 다 잡았던 양우석 감독(51)이 신작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으로 돌아왔다.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북 핵잠수함에 납치된 세 정상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작이 남북이 한반도 문제에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북핵 문제 해결 방안 등을 이야기하는 리얼리티로 마무리한다면, '강철비2'는 분단 당사자인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에 결정권이 없으며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아래 놓인 종속변수라는 설정으로 시작해 통일에 대한 염원으로 마무리한다.

"1편을 만들고 2편이 개봉할 때까지 한반도 문제는 달라진 점이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죠. 2편은 그 이야기를 더 노골적으로 꺼낸 거예요. 1편에서 북한 최정예요원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연기했던 정우성씨, 곽도원씨를 2편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북 호위국장 역으로 진영을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죠. 남북이 입장을 바꿔본다 해도 한반도 문제는 우리 의지만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양우석 감독은 인물 간 진영을 바꾸고 캐릭터를 재설립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애먹은 캐릭터는 북 위원장 조선사라고.

"미국과 남한은 현실을 차용하지만 북한은 평화를 말할 때와 도발할 때의 온도가 최극단으로 치닫잖아요. 이걸 캐릭터로 만들면 거의 뭐…. 정신병자죠. 어쩔 수 없이 북한 캐릭터를 둘로 나눴어요. 주민들의 소망을 담은 조선사 캐릭터는 유연석씨에게, 강경파인 총국장 박진우 역을 곽도원씨에게 넘겼죠. 두 캐릭터는 지킬 앤 하이드 같은 거예요."

영화 '강철비2' 스틸컷 중, 핵잠수함에 갇힌 한북미 정상들[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인물 간 진영을 바꾸고 새로운 캐릭터를 입히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배우들을 향한 절대적 신뢰 때문이었다. 물론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변수' 때문에 당혹스러웠던 적은 있었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 역을 맡은 영국 배우 앵거스 맥페이든 때문이었다.

미국 대통령 '스무트'의 이름은 1930년 미국 대공황 초기 미국 내 산업 보호를 위해 제정된 '스무트 홀리 관세법'에서 따왔다. 이름부터 고립주의 외교 정책의 대표주자라는 설정이다.

"우리의 은유와 비유는 서양 분들과 달라요. 더 직설적이고 과감한 데가 있죠. 시나리오에는 'F워드(F로 시작하는 욕설)'가 한 줄도 없는데 자유롭게 쓰시더라고요. 핵잠수함 신에서는 거의 포기 상태였어요. 그쯤 되니 '포기하길 잘했구나' 싶더라고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한 정우성에게는 특별한 연기를 부탁하기도 했다.

"정우성씨에게 '한숨을 많이 쉬어달라'고 부탁했어요. 미국이 압박해도, 북한과 이야기할 때도…. 영화 말미 큰 한숨은 '다 이뤘구나' 하는 마음인 거죠. 모든 걸 지키고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제대로 숨 쉬어보자고 했어요. 사운드도 많이 신경 썼죠."

캐스팅에서도 엿볼 수 있듯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2'의 곳곳에 메시지를 심어놓았다. 때로는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때로는 은유, 비유로 녹여내며 이야기를 단단하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작품을 대할 때 '틈만 보이면 파고들자'라고 했어요. 최대한 관객들에게 의미와 내용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죠. 돌직구로 시작해 상업 영화적 비주얼도 충족시키고 사이사이 은유, 직유, 비유를 마구 써보기도 했어요. 담배를 피우는 북 위원장(핵), 방귀 뀌는 미국 대통령(UN 제재) 등 상징성을 부여하기도 했고요."

영화 '강철비' 시리즈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우석 감독은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가 많고 여러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틈만 보이면 파고들자"며 딱딱한 상황을 유연하게 풀어내는 것에 골몰했다.

"가장 묵직하고 무서운 이야기는 통역관(전영미 분)의 입을 통해 전달했어요. 우리 영화 안에서 가장 어렵고 무거운 데다가 심지어 무섭기까지 한 이야기를 관객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게끔 만들어야 했죠."

양우석 감독은 하나씩 고민을 타파하며 상업 영화로서 관객들이 즐길 만한 요소를 완성 시켰다. 영화 후반부 핵잠수함 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히기도 한다. 스스로 '밀덕(밀리터리 마니아)'를 자처하는 양 감독은 CG팀에 특별 부탁까지 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철저하게 '밀덕'의 마음으로 핵잠수함 신을 만들었어요. 제일 아쉬운 건 돈이죠. 최대한 각국 잠수함 고증을 거쳤고 의뢰, 지형지물 등 특성을 살렸어요."

영화 '강철비' 시리즈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445만 관객을 동원했던 '강철비'는 상상력으로 남북문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강철비2'도 마찬가지. 개봉 전부터 눈총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양우석 감독은 "해외 석학들의 의견에 작가적 시선을 더한 것"이라며 '강철비' 시리즈가 전문가들의 진단을 토대로 한 시뮬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고백하자면 '강철비' 1편과 2편은 모두 외국에서 온 거예요. 그들의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강철비'라는 집을 지은 거죠. 재료가 모두 외국산인 거예요. 영화적 선택은 제 몫이었지만 그들의 진단을 바탕으로 했죠.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이런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일을 겁내고 있어요. 정부조차요. 시뮬레이션을 통해 3편이 만들어진다면 '국산'이었으면 좋겠네요."

양우석 감독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영화 작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거창한 사명감은 아니지만 묵묵하게 가자는 마음가짐이라고.

"파란만장하게 다양한 일을 거치며 '난 뭘 해야 하지?'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뭘까? 북핵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숭고한 책임감, 소명 의식은 아니고요. 아무도 안 하면 저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급한 생각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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