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기초과학 大學연구실 ‘안전 유감’

석유선 기자입력 : 2020-07-30 06:00
김건우 스마트잭 대표
지난해 12월 27일 대구 소재 경북대학교 화학관 연구실 1층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남학생 1명과 여학생 3명이 얼굴과 손 등에 1~2도 화상을 입었고, 여학생 중 1명은 전신 2도 화상을 입어 위독한 상태에 처했다.

대구북부소방서에 따르면 당시 사고는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차 43대, 소방대원 125명이 투입될 정도의 대규모 사고였다. 연구실 내 실험기구를 비롯해 약 19평이 연소돼 복구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올해 4월까지 학생들 치료비로 약 6억원이 지급됐을 정도로 사태는 심각했다. 

해당 사고는 대학 연구실(랩)에서 오래된 시료(시약) 폐액을 혼합, 처리하던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사고 당시 현장에는 안전관리자도 없이 오로지 학생들뿐이었다는 점이다. 2018년 제정된 연구실안전법에서는 대학 연구실마다 안전관리자를 지정토록 했지만, 현장 점검 의무는 규정하지 않고 단순 점검에만 그친 안전불감증이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대학 실험실 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예방과 보상 대책이 허술해 보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실험실 보관 시약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사용하는 시약들의 물성(물질 자체가 갖고 있는 특유한 상태)을 고려하지 않고 보관하게 되면 독성으로 변해 위험물질을 연구실 내에 비치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시약의 정확한 물성을 이해하고 시약 생애주기에 맞춰 관리하는 일이 우선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많은 대학 연구소가 수기나 엑셀 정도로 시약 현황을 공유하며 주먹구구식 관리를 이어오고 있다. 50글자가 넘는 수백, 수천개의 약품 이름과 병 라벨을 보며 일일이 밤새 수기로 적는 것이 일상화됐을 정도로 연구원들의 업무환경이 아주 열악하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먼지 쌓인 약병을 보는 것은 흔하고, 유통 기한이 10년도 더 지난 1급 발암물질을 방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시약은 무엇보다 정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몇 초 만에 시약이 등록되고, 유통기간·구매·사용량·보관장소 등이 한눈에 정리되는 기술 보급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때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연구실 사고 10건 가운데 8건이 대학에서 발생했고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놓여 있다. 연구실 안전 보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절실할 이유다.

그동안은 시약 등록을 연구원이 직접 수기로 입력함으로써 많은 시간을 행정 업무에 투자해야 했다. 이로 인해 모든 연구자가 그 자료를 한 번에 열람해서 확인하는 일에도 한계가 있었다. 사용 현황과 폐기 시점 알림 등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

본사가 개발한 시약 통합관리 솔루션 ‘랩매니저’는 시약을 자동등록 및 분류해 안전성 향상과 재고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100여 글자에 이르는 길고 복잡한 시약명은 물론 CAS#, 용량, 순도 등 제반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해준다. 시약병에 붙어 있는 바코드나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에 대기만 하면 끝이다. 자동으로 시약 이름, 제조일, 구입일, 유효기간, 독성 여부 등을 목록화해 수많은 시약들의 전체 활용주기를 관리해준다. 수백·수천 가지의 시약 정리를 반나절 만에 할 수 있어 연구원들의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줄여 연구 효율성을 높여준다.

이제 더 이상 대학연구실 막내가 외부 감사를 앞두고 며칠씩 날을 잡아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40~50자나 되는 약물 이름을 한 땀 한 땀 볼펜으로 쓰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또한 새어나오는 유해 약물의 증기를 마셔 쓰러지는 연구생도 없어야 한다. 어렵사리 취업해 기업 연구실에 출근한 첫날 약품 폭발로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가는 일도 없어져야 한다.

코로나19로 모든 산업 전반이 디지털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열악한 연구실의 업무환경을 시스템 도입으로 디지털화하고 연구원들의 안전 의식을 고취해 기초과학의 근간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건우 R&D시약관리 솔루션기업 ‘스마트잭’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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