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시동’ : 참관기] “베테랑 의사들도 놀랐다…수술 정확도 높이는 로봇”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림 기자
입력 2020-07-29 09:3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척추‧관절치료병원인 힘찬병원서 로봇 인공관절수술

이정훈 목동힘찬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이 지난 28일 오후 로봇 인공관절수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태림 기자]



70대 여성 환자의 오른쪽 다리 위로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마코’의 로봇팔이 분주히 오갔다. 마코 왼쪽에 위치한 모니터 2대에선 환자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됐고,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수신기)는 계속해서 영상을 보내왔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목동힘찬병원의 3층 수술실에 이뤄진 ‘로봇 인공관절수술(이하 로봇수술)’ 현장이다.

이날 로봇수술 집도의로 나섰던 이정훈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로봇 시스템이 의사의 손이 ‘신의 손’이 되도록 보조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 10년간 인공관절수술을 3000건 이상 진행한 베테랑도 로봇수술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날 기자는 로봇수술의 장단점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일반 인공관절수술도 참관했다.

우선 두 수술 모두 집도의는 머리까지 완전히 덮은 멸균 소독 상태의 수술복을 입고 있었다. 인공관절수술이 뼈를 깎는 수술이기 때문에 사방으로 피 등이 튀어 감염의 우려가 있어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로봇수술이 전문 의료진의 수고를 덜어주는 점이었다. 일반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 집도의 포함 5명의 의료진이 필요했지만 로봇수술은 의료진 3~4명으로 수술이 진행됐다.

이어진 수술과정 자체도 확연히 달랐다. 일반수술이 시작되자 집도의는 메스로 피부를 절개, 근육 등을 박리했다. 무릎뼈가 나오자 집도의를 포함해 의료진 3명이 환자 가까이 달라붙어 수술을 진행했다. 의료진이 환자의 다리를 잡고 살을 벌리면 집도의가 절삭기(톱)로 뼈를 깎고, 끝날 때마다 각도와 깊이를 직접 확인했다.

반면, 로봇 수술방에선 절개 후 ‘안테나’로 불리는 금속 막대 2개를 환자의 허벅지와 정강이 뼈에 박았다. 카메라가 안테나를 통해 환자의 무릎관절 데이터를 수신하기 때문이다. 수신된 데이터는 모니터에 3차원(3D) 이미지로 나타났다. 집도의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미리 확인한 환자 무릎관절과 현장에서 나타난 환자의 무릎관절 이미지를 모니터를 통해 비교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실제 수술에 들어가 보면 CT영상을 통해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근육 힘줄 신경 등 조직 상태에 따라 수정해야 할 부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정 작업이 끝난 후엔 레그포지셔너(부츠)로 환자 다리를 고정했다. 일반 수술과 달리 집도의 바로 옆에서 수술을 돕는 의료진은 1명이면 충분했다. 집도의가 손상된 뼈를 깎아내기 시작했다. 모니터엔 절삭해야 될 부분이 초록색으로 표시됐다. 절삭 계산치에 도달하면 모니터에 빨간 색으로 표시돼 더 이상 절삭하면 안 된다고 의사에게 알려준다. 또 로봇 시스템은 절삭 범위에 가상의 가이드라인인 ‘햅틱 존(zone)’을 만들어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다. 그 안에서만 뼈가 깎이도록 의사의 시술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절삭 범위를 벗어나면 로봇팔이 자동으로 제지해 멈춘다.

뼈는 한 번 깎이면 끝이기 때문에 의사의 경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로봇수술에선 햅틱존 등의 기능으로 필요한 부위만 정확하게 깎아내고 주변의 정상 조직 손상은 막아 출혈을 줄이고 수술 후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도 베테랑 의사처럼 수술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원장은 “3차원 CT영상을 찍어서 진행하기 때문에 2차원 엑스레이보다 구체적으로 수술 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입체적으로 뼈의 모양을 파악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수술의 정확도가 올라간다고 느낀다”라면서 “실제 현장에서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고 상황에 따라 수정을 하지만 로봇의 도움으로 경험을 보완할 수 있는 셈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로봇 시스템에 인공지능이 접목되면 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봇 인공관절수술(왼쪽)과 일반 수술 모습.[사진=힘찬병원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