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전원 교체' 北 김정은, 평양종합병원 완공에 사활 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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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7-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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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현지지도서 건설 지휘부 질책…책임자 전원 교체 지시

  •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 마지막 해이지만 뚜렷한 성과 없어

  • 김정은 '평양종합병원 완공' 성과 절실하나 제재 등으로 어려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달여 만에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아 관련 사업 책임자 전원 교체를 지시하며 병원 완공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올해 최우선 순위 사업으로 두고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까지 완공을 주문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관광사업보다도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북한에서 관광은 ‘외화벌이 수단’으로 국가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중요한 ‘관광’ 사업을 뒷순위로 미루고 평양종합병원 완공에 매진하는 이유는 뭘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 현지지도에서 건설연합상무를 질책하고 책임자 전원 교체를 지시했다고 2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책임자 전원 교체 지시···민심 불만 의식한 듯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연합상무로부터 공사 상황을 보고 받고 “건설과 관련한 경제조직사업에서 나타난 심중한 문제점들을 엄하게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김 위원장이 모습을 감춘 감행 속에서도 평양종합병원 일꾼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전한 것과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질책에 대해 대북제재 장기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북·중 국경 폐쇄, 무역 차단 등으로 줄어든 소득, 각종 인력, 물자 동원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건설연합상무가 아직 건설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건설연합상무’에 대해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위해 조직된 별도 조직 즉 ‘태스크포스(TF)’로 보인다며 건설 진행 및 물자 조달 등에 비리가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인민들을 위하여 종합병원건설을 발기하고 건설 작전을 구상한 의도와는 배치되게 설비, 자재보장사업에서 정책적으로 심히 탈선하고 있다”고 질책하며 “각종 ‘지원사업’을 장려함으로써 인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들씌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건설연합상무가 모든 문제를 당 정책적선에서 풀어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내버려 두면 우리 인민을 위한 영광스럽고 보람찬 건설 투쟁을 발기한 당의 숭고한 구상과 의도가 왜곡되고 당의 영상에 흙탕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에 평양종합병원 건설연합상무 사업 정형을 전면적으로 료해(파악)해 책임자를 전부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인 오는 10월 10일을 완공 목표일로 잡은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 형장을 찾아 마구잡이식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주민들의 부담을 늘린 건설 지휘부를 질책하고, 책임자 전원 교체를 지시했다고 2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당 창건 75주년 앞둔 金, ‘평양종합병원 완공’ 성과 절실
김 위원장의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시찰과 질책은 현재 북한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은 (김 위원장이) 주민들로부터 당의 보건의료 인프라 건설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받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면서 “결과적으로 병원 건설도 순조롭지 않고, 민심도 얻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녹록지 않은 딜레마에 봉착해 있는 상황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김 위원장이 내세웠던 ‘국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다. 그러나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국면으로 대북제재가 여전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중 관광 사업을 통해 경제를 살리려는 계획은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김 위원장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마땅한 성과를 내질 못할 것으로 판단, 코로나19와 연관된 평양종합병원 완공으로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챙기려는 리더의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 교수는 “앞으로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까지 종합병원 건설에 필요한 설비, 자재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최고 존엄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의 호통이 “대북제재, 코로나19로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에) 물자보급이 원활하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조직의 책임자들이 해임된 것으로 보여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완공까지 앞으로도 순탄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공개된 사진 속에는 평양종합병원 건물 일부의 층수가 다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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