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담] 한한령 해제라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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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0-07-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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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한한령(限韓令) 해제 공식화' 해프닝. 벌써 두 번째다.

첫 번째 해프닝.

지난달 말일께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한한령 해제' 소식에 관광업계가 며칠간 들썩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여행업계는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란 기대감에 한껏 부풀기 시작했고, 관련주는 온종일 등락을 반복하며 파도처럼 출렁였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30일 '한국관광공사, 中 씨트립과 한국 여행상품 라이브 커머스 실시'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관광공사가 7월 1일 중국 최대의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携程)과 공동으로 한국 관광상품을 판촉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할 예정이고, 진행자는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량젠쟝(梁建章) 회장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룹의 회장이 직접 한국여행상품을 판매한다고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한중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긍정적 신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내용만 보고 한한령 해제가 공식화됐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10여일이 지난 13일 오전 불거진 두 번째 해프닝. 또다른 언론은 량 회장과 화상 단독 인터뷰 내용을 기사화했다. 제목은 '"중국 전역에 韓개별여행 상품 푼다"…사실상 한한령 해제 공식화'다. 

내용은 이렇다. 중국 최대 여행사 트립닷컴이 한국 개별여행 상품 판매에 본격 착수한다는 것, 중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한국행 단체여행을 제외한, 개별여행 상품 전 품목이 대상이고 중국 내 한국 개별 여행 판매 허용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사실상 한한령 해제 방침을 공식화 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지금부터 팩트체크. 

두 언론은 "중국이 아닌 해외 목적지 상품이 방송·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지만, 이건 사실과 다르다.

2017년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사실상 한국관광이 중단됐을 때도 단체여행상품 판매가 중단된 것일 뿐, 개별여행상품 판매는 계속됐다. 물론 홈페이지상에 드러내놓고 판촉홍보를 하지는 않았지만, 판매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예전부터 팔아왔던 상품을 량 회장이 나서 라이브쇼를 진행했다고 '한한령 해제 공식화'를 언급하기엔 무리가 있다. 차라리 '해빙무드'로 가고 있다는 얘기가 더 적절할 듯하다. 

설사 한한령 해제가 공식화한다고 해도 당장 중국 관광객의 입국은 쉽지 않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사별 노선이 극히 제한적으로 운항 중이고, 입국 역시 특별허가를 받은 사람이나 연고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 외 방문객의 경우 각 방문국에서 14일간 격리된다.

전체적으로는 최대 한 달 가까이 격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광당국에서 한·중, 혹은 한·중·일 3국 간 여행 재개와 관련한 테스트 이벤트를 고민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여행 재개까지는 사실상 요원한 상태다.

트립닷컴과 협업해 라이브쇼를 진행한 관광공사는 "개별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단체여행 한한령 해제와 무관하다"고 못 박았다. 씨트립 역시 "개별여행상품은 기존부터 계속 판매되고 있었다"며 한한령 해제 기사에 선을 그었다. 

공식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무리하게 보도하기 보단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수장이 '한국 관광의 매력'을 인정했다는 상징성, 이를 토대로 양국 간 '해빙무드'가 조성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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