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對南 총괄' 김여정, 北 후계자·2인자?…"근거 無"

정혜인 기자입력 : 2020-07-08 08:55
김여정, 정치적 위상은 확대…단 김정은 허용 범위 내에서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북한의 대남사업 총괄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7일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김 제1부부장이 지난 2일에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NK는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월 11일 1년 만에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한 지 3개월 만에 정치국 위원 자리에 올랐다며 ‘김여정 2인자설’에 힘을 실었다.

지난 5월 통일부가 발간한 ‘2020 북한 기관별 인명록’에서 김 제1부부장은 리선권 외무상,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함께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분류됐다.

최근 북한 당 내 주요 인사로 거론된 김 제1부부장, 그는 과연 북한의 후계자, 2인자일까.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① ‘김여정 후계자설’ 등장한 배경은?
통일연구원은 지난 6일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과 역할’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김 제1부부장의 후계자설, 2인자설 등장 배경을 분석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김 제1부부장 후계자설 등장 배경을 △김 위원장의 건강 위중 △노동신문의 김 제1부부장 지시 반복 보도 △노동신문의 ‘당중앙(후계자를 의미)’ 표현 사용 등이라고 전했다.

오 연구위원은 “김여정이 후계자라는 주장은 김정은의 건강상태가 심각하게 나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며 “김정은의 아들이 너무 어려서 권력을 승계하기 어렵고, 이런 상황에서 백두혈통에서 권력승계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신문이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아닌 김 제1부부장이 지시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김여정 후계자설’ 근거로 꼽히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당의 유일적령(영)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 4조 7항에서는 당의 방침과 지시를 개별적 간부들의 지시와 엄격히 구별하며 개별적 간부들의 발언내용을 결론이요, 지시요 하면서 조직적으로 전달하거나 집체적으로 토의하는 일이 없어야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또 김 제1부부장이 남북 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시점에서 노동신문이 당중앙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는 것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 연구위원에 따르면 ‘당중앙’은 원래 후계자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에서 노동신문의 ‘당중앙’ 표현 사용이 김정일 때와 마찬가지로 김 제1부부장을 후계자로 지칭한다고 해석했다는 얘기다.
 
② “김여정, 후계자·2인자설 근거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이 낮다’라는 분석이다. 가장 먼저 김 위원장이 최근 당 정치국 확대회의, 김일성 주석 서거 26주기 기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 공개행보에 나서 건강이상설을 일축했기 때문이다.

8일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김일성 동지께서와 김정일 동지께서 생전의 모습으로 계시는 영생 홀들을 찾으시어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삼가 인사를 드리시었다”며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과 함께 참배 모습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오 연구위원은 “김여정 후계자설의 핵심 전제인 김정은의 건강이 심각하게 나쁘다는 증거는 없다”며 “김정은이 건강한 모습을 공개한 상황에서 김여정 후계자 주장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매체들의 ‘김여정이 지시를 내렸다’ 보도가 후계자설 근거라는 주장에 대해선 “김여정이 후계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수령과 당의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당중앙’ 표현 재등장에 대해선 “노동신문에서는 김정은과 당중앙위원회를 가리키는 표현으로도 당중앙을 수차례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김여정 2인자’ 주장 역시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이 2인자나 파벌 등장을 막는다. 수령유일지배체제에서는 2인자가 존재할 수 없다”며 가능성이 낮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③ ‘후계자·2인자’도 아닌 김여정의 현재 위치는?
오 연구위원은 김 제1부부장이 후계자·2인자는 아니지만 당 내 비공식적인 지위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 제1부부장의 공식 지위가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당 제1부부장인 동시에 비공식적 지위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라는 이유에서다.

오 연구위원은 “이 두 가지 지위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부장과 비교했을 때 정치적 위상과 역할이 더 크다”며 “북한의 핵심 엘리트들은 김정은에게 정치적·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김여정에게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과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각종 정책결정과정에서 김여정의 발언은 엘리트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제1부부장이 후계자, 2인자라는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정치적 위상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의미다. 단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은 김 위원장이 허용하는 범위까지만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김 제1부부장을 조직지도부나 국가보위성 등 핵심 통치기구에 배치하면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도 “역할을 대남·대외사업 부문으로 제한하면 정치적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11회 2020GGG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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