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3년 전 봄날 안 와"...美 인사 방한 목전 비난, 北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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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3-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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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국무·국방 장관 방한 하루 앞 몽니

  • 김여정, 지난 1월 이후 두 달 만 담화

  • 미국 향해 '발편잠' 첫 경고 내놓기도

  • 美블링컨 "그발언 잘 알고 있다" 언급

북한이 미 국무·국방 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또 몽니를 부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를 발표하고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남측을 향해 "3년 전 봄날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남관계 마지막 기회' 등도 언급했다.

17일 외교가에서는 두 달 만에 나온 북측 담화가 표면상 의미와는 달리 미 정부 인사들의 방한에 대한 북측의 관심·기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남측을 향한 단순한 비난으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지난 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① 김여정 담화, 어떤 내용이었나?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훈련을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고 규정,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기구인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을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남측 통일부의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 격인 조평통의 폐지를 시사했다.

조평통은 위원장 자리가 그간 공석으로 유지됨에 따라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였지만,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남측과 더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② 미국에 대해선 어떤 메시지를 내놨나?

김 부부장은 미국을 향해서도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날 선 메시지를 발신했다. 

다만 대남메시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분량도 적고 구체적 조치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신(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만큼 북한이 이런 유보적인 입장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뒤따른다.

③ 이번 담화, 왜 나왔나?

외교가에서는 지난 1월 13일 담화 이후 두 달 만에 나온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남한 때리기를 통한 대미 경고로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날 오후 방한하는 일정에 맞춰 북한이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얘기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은 지난 8일에 시작했다. 훈련 비난 목적의 담화였다면 훈련이 시작하기 전에 냈어야 한다"며 "훈련을 시작하고 한참 지나서 불만을 표출하거나 경고한다는 것은 결국 부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왕 위원은 "(이번 담화는) 북한 역시 블링컨 장관의 방한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리마인드(상기)시켜주는 목적"이라며 "북한이 블링컨 장관 방한 계기에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고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며 "외교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계산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④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그 발언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방일한 블링컨 장관은 전날 오후 미·일 안전보장협의 위원회를 마친 후 도쿄(東京)에 있는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하지만 내가 오늘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우리 동맹들과 파트너들의 발언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 지역에 온 이유"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삼가는 한편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 중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한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무장관 취임 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북한 문제에 관해 얘기해 왔다고 설명하며 북한 문제에 동맹국이 공동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바이든 정부 인식을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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